▶ [여성의 창]
▶ 노재경 (국제회의 통역사)
노래방에 매일 가서 열심히 노래를 해야 노래를 잘하듯이 말도 연습을 열심히 해야 잘하게 된다. 우리 세대는 불행하게도 말을 하는 세대가 아니라 듣는 세대였다. 듣거나 듣는 척하는 연습에 비해 말하는 연습은 너무 부족하였다.
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너무나 부정적이었다. 쓸데없이 말만 많다느니, 사람이 말이 많으면 경망스럽다느니, 또 여자들은 한술 더 떠서 TV의 데이트쇼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이상적인 남편 감으로 한결같이 과묵한 사람을 꼽았다. 가족들이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애들이 듣는 말은 "밥이나 먹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쓸데 있는 말도 안하게 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의 얘기만 듣게 되고, 그러다 나이가 들어, 젊을 때 듣기만 했던 분풀이라도 하듯이 남이 듣건 말건 혼자만 얘기하는 경우가 숱하다.
이런 악순환때문에 우리 세대들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기까지 시간적 낭비와 언어적 낭비를 엄청나게 한다는 사실을 통역이 된 후 매일 느낀다. 특히 교포 사회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언어의 상실자들을 통역할 때 더욱 더 그렇다. 그들은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정확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든지, 병의 증상을 설명한다든지, 사고의 경위에 대해 제대로 얘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신오현씨는 그의 저서 <인간의 본질>에서 "자기 언어를 상실한 인간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기를 상실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하였는데 물론 그는 사회학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이 말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자기 고유의 언어를 개발하지 못한 언어의 상실자들한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고유의 언어는 물론 한국어, 영어, 또는 둘 다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지난 해 영화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님을 만나 통역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은 내가 태어나서 만난 분 중에 한국어를 가장 아름답게 구사하는 분이었다. 세종대왕께서 그 분 말씀을 들었다면 참으로 대견하게 여기고 흐뭇해 마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우리 모두 이창동 감독님만큼 세종대왕을 기쁘게는 못해드려도 젊은 세대들과 자주 대화를 갖고 그들에게 말하는 연습을 시켜 고유의 언어를 찾는 작업을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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