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들의 기호’ (The Taste of Others) ★★★★★
성격과 스타일과 기호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 관한 진실하고 예지로운 드라마로 프랑스의 연기파 여배우 아녜스 자우이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에 출연도 한 자우이는 역시 영화에 나온 남편 장-피에르 바크리와 각본을 함께 썼다.
외로운 보통사람들이 마음의 자질구레한 일들과 감정의 잔잔한 파랑들이 솔직한 대사에 의해 우습고 심각하며 또 은근하면서 사뿐하니 그려진 사랑과 계급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다. 대사에 궁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이어지고 버림받으면서 아파하고 상심하고 웃고 울고 고민하는 모습이 마치 우디 앨런의 영화를 닮았다.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꾸밈없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대뜸 식당 내 두 남자의 대화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주인공들은 남자 셋과 여자 셋이다. 몰취미한 사업가 카스텔라(장-피에르 바크리)는 고상하지 못한 실내장식가인 아내 앙젤리크(크리스티안 밀레)에 떠밀리다시피 해 어느 날 밤 라신느의 연극을 구경간다. 그런데 카스텔라는 연극의 비극적 여주인공 클라라(안 알바로-릴리 탐린을 닮았다)의 모습에 첫눈에 반해 그 뒤로 혼자서 자주 극장엘 찾아간다.
마침 사업차 영어회화 선생을 구하던 카스텔라 앞에 나타난 선생이 우연히도 클라라. 영어공부 차 자주 만나면서 카스텔라는 클라라에게 깊이 빠져들고 마침내 그에게 영시 연서까지 바치나 거절당한다(다 큰 어른이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 심금을 조용히 울린다).
카스텔라는 이란과의 사업이 성사될 때까지 바디 가드 모레노(제라르 랑뱅)를 고용했는데 모레노와 카스텔라의 운전사 드샹(알랭 샤바)이 모두 동네 바의 바텐더이자 하시시장사인 마니(아녜스 자우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한 남자는 기필코 눈물을 흘리게 된다. 모레노와 드샹은 모두 평범한 남자들로 스스로의 위치 파악을 못해 어리둥절해 있는 형편이다.
카스텔라는 클라라를 사랑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고 뜨내기로 남의 동네에 와 마니와 사랑을 나눈 모레노는 결국 타인의 동네를 떠나고 만다(떠나가는 모레노를 2층 자기 아파트 커튼 뒤에서 내려다보는 마니의 슬픈 눈동자에 가슴이 시리다). 그리고 드샹은 평소 연습하던 플루트를 들고 동네 취주악단에 들어가 쿵작 쿵작 풍악을 울리면서 영화는 매우 긍정적이요 고무적으로 끝난다. 결합과 이별이 번거로워도 인생은 간다는 말이겠다.
별 뚜렷한 줄거리도 없는 얘기가 교묘히 연결되면서 진행되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솔직하고 사실적이다. 자기무리가 아닌 타인에 대한 친절과 따뜻함과 상냥함을 티 안내고 위트 있고 경쾌하니 이야기해 기분이 좋다. 성인용. Offline/Miramax. 뮤직홀(310-274-6809), 플레이 하우스(626-844-6500), 타운센터(714-751-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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