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맵고 톡 쏘는 맛이 있고 짭짤하고 맛깔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타이 음식과 곁들여 먹는 김치, 불고기나 스테이크, 혹은 붉은 도미와 곁들여 먹는 김치맛. 아니면 그냥 밥과 함께 먹는 김치.
내가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일깨워 주는 음식이 김치다. 나는 미국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성장 환경은 여러 면에서 미국의 한인 1.5세나 2세와 닮아 있다. 나는 동남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들에서 공부를 했다. 나와 각 문화들, 특히 한국 문화와의 관계는 복잡하다. 그러나 음식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김치는 내가 식도락을 즐기게 해주었을뿐 아니라 나를 한국 문화와 연결시켜 준 다리였다.
우리 집에서 수요일은 언제나 김치 담그는 날이었다. 그리고 여름에 어머니가 장보러 가면 나도 따라 갔다. 무와 파, 고추, 생강을 비롯해 각종 배추, 오이등 김치 재료를 잔뜩 사가지고 왔다. 이모가 젓갈 종류를 보내주곤 했는데 어머니는 이것을 특별한 날들을 위해 따로 보관해 뒀다. 그렇다고 김치에 젓갈 간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머니는 김치 만드는 비법을 알고 있었다. 남플라라고 불리는 타이 생선소스가 그것이었다(반드시 푸른 색과 노란 색 레이블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김치를 만드는 날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내가 자라서 만드는 것을 적극 돕게 되기 전까지는 맛보는 역할을 했다. 내가 오케이 하기 전에는 절대로 김치준비가 다 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집 김치는 맛있기로 유명해서 한마디로 히트였다. 요리사와 가정부까지 거기 빠져들었다. 우리 집 요리사는 자기가 김치를 만들어 동네 손님들에게 팔기도 했다. 어머니가 동남아에 대해 갖고 있던 가장 큰 불만은 야채 종류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김치를 만들면서 어머니는 한국에는 가지 각색의 김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들려주곤 했다. 지금도 한국 김치를 생각하면 꿈속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볼 때 김치야말로 나를 한국문화에 묶어주고 나로 하여금 한국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해준 연결고리였다고 생각된다.
나는 가끔 어째서 김치가 스시나 타코, 스파게티처럼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되지 않고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1.5세나 2세 코리안 아메리칸들에게 김치는 애플파이와 같은 미국 음식이자 우리 문화적 유산의 연결점이다. 또 어린 아이들에게 복잡다단한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을 추구하고 살펴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치가 미국이라는 무대에서 그런 위치를 차지하자면 필히 미국 주류사회의 일부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96년 UC어바인 스튜디오아트 부교수로 있는 민용순씨가 한미박물관을 위해 김치전시회를 열자고 제의해왔을 때 김치 팝업북을 만들면 김치를 미주류사회에 소개하면서 한인 아동들에게도 한국의 전통을 알릴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팝업북 제작회사인 ‘월드 오브 팝’사 파트너인 크리스티나 록맨에게 연락해 김치에 관한 팝업북을 만들자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최근 이민온 크리스티나는 좀 당황한 기색이었다. 어떻게 김치 얘기만 가지고 책 한권을 만들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후 크리스티나는 김치의 다양성에 대해 알게 됐고 김치 팬이 되었다. 우리가 만든 아동 서적 밥과 김치(Pop’n Kimchi)는 김치와 한국 문화에 대한 우리의 존경의 표시이다.
우리는 이 책 판매 수익금의 50%를 한미박물관에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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