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이민생활에서 짬을 내 긴 여행을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부분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민 1세의 경우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관광지들이 많은 캘리포니아조차도 제대로 여행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허다하다.
지난해 관광회사를 통해 단체여행을 떠났을 때 였다. 3박4일 일정으로 같이 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됐는데 유독 50대의 한 아주머니만은 다른 관광객들과 한마디 말도 없이 여행 내내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각자 여행의 소감을 한마디씩하는 시간이 마련됐는데 그동안 침묵만고수했던 이 아주머니는 차례가 되자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유인 즉 30여년 동안 살아온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편지를 써 놓고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제는 남편과 헤어질 때가 왔다고 생각했던 이 아주머니는 목적지를 알리지 않고 혼자서 훌쩍 가방을 챙겨 집을 나왔다. 그녀는 "남편과 떨어진 지난 며칠간이 가족과 남편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다시 가족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밸리에 거주하는 50대의 한 지인은 20여년 이민생활 동안 여행은 커녕 휴일도 모르고 살아왔다. 일에만 매달리며 부인과는 별다른 대화도 없이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해 왔다. 누군가 먼저 시작한 것도 아닌데 이들은 서로 각방을 쓰게 됐으며, 10여년간 부부생활도 없는 룸메이트에 가까운 사이로 둔갑했다.
어느날 생활의 지루함과 권태를 호소하는 부인의 뜻을 따라 이들은 이민생활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중 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으며 서로 인생을 다시 정리하는 기회도 가졌다. 자연스럽게 호텔 같은방에서 묶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이들이 부부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한다. 이들은 이제 서로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여행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볼거리를 통한 시각적인 기쁨 외에도 외지로 떠나 자신의 인생을 옆에서 보면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여행이 가져다 주는 부가가치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여행이라는 ‘여유’를 통해 찾기에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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