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탤런트 오수연씨의 어머니 김민정씨가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948만여달러짜리 잭팟을 터뜨려 화제다. 김씨는 세금을 제하고도 600만달러 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하니 보통 횡재가 아니다.
상금을 어디다 쓰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외손자에게 디즈니랜드 구경을 시켜주고 또 언니에게 집을 한 채 사줄 계획이라고 했다. 아마도 너무나 뜻밖에 들어온 그 엄청난 돈을 어디다 쓸지 미처 구체적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답을 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백만장자가 되면 어디다 돈을 쓰겠습니까?" 최근 미국의 한 전국적 정책연구소가 이런 질문하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백인, 흑인이 서로 다른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계와 히스패닉의 응답도 각각 다르게 나왔다. 말하자면 돈을 어디다 쓸지 우선 순위 배정이 인종그룹마다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백인들은 노후를 위해 저축하겠다는 게 가장 많은 대답. 흑인들은 없는 이웃과 나눠 쓰겠다는 것이었고 히스패닉은 가족과 친구에게 주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아시아계는 부모에게 드려 호사를 시켜드리겠다는 응답이 상당히 많았다. 또 백만장자가 되기를 가장 열망하는 그룹은 아시아계(79%)이고, 그 다음이 흑인(67%), 백인(64%), 히스패닉(60%) 순으로 이어졌다.
이런 저런 결과들을 토대로 이 여론조사가 내린 결론은 어떤 사회-경제적 상황에 있고 또 문화적 가치관을 지녔느냐에 따라 돈을 벌고, 쓰는 패턴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개 같이 벌어 정승 같이 쓴다’- 한국적 ‘돈’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인 것 같다. 요즘말로 풀이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방법 가릴 것 없고, 그렇게 번 돈을 쓸 때에는 우쭐대며 위세를 부린다’는 게 아닐까 싶다.
’개 같이 번 돈으로 으스대며 행세하는 식’의 생활태도는 사실 한인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서울서 온 사람들이 하도 ‘돈 위세’를 떨어 위화감마저 조성됐던 게 IMF사태 이전 미주 한인사회였다. 본국서 온 사람들이 돈푼 꽤나 있다고 거들먹대는 꼴에 진저리가 난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는 ‘반한 감정’까지 번지고 있다.
"성공적인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교류가 날로 확대된다. 처음에는 그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벅찬 느낌이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북한 사람은 가진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다. 남쪽 사람들의 시선에서 모멸감을 발견하면서 북쪽 사람들의 눈초리가 차츰 올라간다. 벅찬 느낌도 잠깐, 어느덧 위화감만이 팽배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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