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7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하버드대를 중퇴한 지 32년 만에 모교 졸업식의 초청 연사로 초대됐다.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 정보를 얻고 세상의 장벽을 돌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정보기술(IT)의 역할을 역설한 그의 연설은 큰 호평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 시즌인 5~6월이 되면 각 대학의 초청 연사 명단과 그들의 연설 내용이 화제에 오른다. 164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9명의 하버드대 졸업생 앞에서 축사를 한 이래 수많은 정치인과 법률가·작가·기업인·연예인 등이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과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던져 왔다. 1947년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은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 재건 계획인 ‘마셜 플랜’을 공개하기도 했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 축사는 지금도 명연설로 회자된다.
■올해 졸업식에서는 초청 연사들이 야유 세례를 받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애리조나대에서 인공지능(AI) 발전을 컴퓨터의 발전에 비유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센트럴 플로리다대에서는 “AI 부상은 차세대 산업혁명”이라는 연설에 졸업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졸업생들은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하기 직전 대학에 입학한 첫 AI 세대인 동시에 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첫 번째 희생양이다. 구직난과 미래 불안에 시달리는 졸업생들 앞에 ‘AI’는 금기어가 됐다.
■AI 대전환에 따른 청년 세대의 일자리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과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25~29세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3만 1000명 늘었다. 야유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AI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과 고용 확대를 위한 교육 개혁과 노동 유연화를 더 미룰 수 없다.
<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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