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식 기자회견… “순수 관객 눈으로 심사…韓에 점수 더 주진 않을 것”
▶ “정치와 예술 대립되는 개념 아냐…칸영화제서 많은 선물, 이젠 봉사할 때”
"한국은 더 이상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되었죠. 그 결과 제가 심사위원장을 맡게 됐고요."
지난 12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의 달라진 지위를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칸영화제 홈페이지에 영상으로 공개된 기자회견에서 "올해 좋은 영화로 기대되는 (한국) 영화들이 3편이나 초대받게 돼 다행"이라며 "그러나 확실한 건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국영화에 더 점수를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경쟁부문에,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진출했다. 정주리 감독의 '호프'는 감독주간에 초청돼 관객들을 만난다.
박 위원장은 "제가 처음 칸영화제에 온 게 2004년('올드보이')인데, 그때만 해도 정말 가끔씩만 한국 영화가 소개되는 형편이었다"며 "불과 20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이 현상을 두고 저는 그냥 한국 영화가 잘해서 중심에 드디어 진입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며 "영화의 중심 그 자체가 확장돼서 이제 더 많은 나라의 더 다양한 영화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비롯한 경쟁작들을 '순수한 관객의 눈'으로 보겠다는 마음가짐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정말 아무런 편견도 선입견도 고정관념도 없이, 설레는 마음만 가지고 저를 놀라게 만드는 영화가 무엇인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관람이 끝나고 심사 회의를 할 때는 전문가로서, 영화에 대해서 뚜렷한 견해를 갖고 있고 역사를 알고 있는 전문가로서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장으로서 영화와 정치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정치와 예술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예술의 적이라고 인식되어선 안 된다. 예술과 정치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고, 그것이 예술적으로 잘 주장된다면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 대표작들이 연달아 칸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하는 성과를 내며 이른바 '깐느 박'이란 수식어로 불렸다.
2004년에는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고,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을 듣고 수락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심사위원을 한번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아서, 잠깐 고민을 5분 동안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제가 돌이켜 생각해볼 때 칸영화제에서 그동안 많은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폐막식까지 미국 배우 데미 무어와 스웨덴 배우 스텔런 스카스가드, 중국 감독 클로이 자오, 벨기에 감독 라우라 완델 등 심사위원단과 경쟁부문 초청작 22편을 심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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