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0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케데헌), 요즘 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케데헌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악령으로부터 인간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는 맨하탄 42가 타임스 스퀘어 대형전광판을 점령했고 클럽, 스포츠 경기장, 마트, 축제마당, 클럽 어디 가나 케데헌의 노래를 떼창하고 춤을 따라 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OST 8곡 모두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고 케데헌 ‘골든(Golden)’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다들 “케데헌에 나오는 노래가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교회 서머스쿨에서 돌아와 샤워를 하자 마자 타올을 두른 채 9살 꼬마는 “알렉사,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골든 송 플리즈!” 하고 외친다. 음악이 나오면 그 밑의 7세, 4세, 기저귀 찬 15개월 아기도 몸을 들썩거리며 춤을 추는데 “UP, UP, UP” 하는 가사가 나오면 손을 위로 길게 뻗친 채 펄쩍펄쩍 뛴다.
7세 여아는 헌트릭스 루미와 사자 보이즈 진우의 듀엣곡 ‘프리(Free)’를, 4세 남아는 무서워서 영화를 한번 밖에 못보았지만 15개월 동생과 어깨를 들썩이며 추는 사자 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을 좋아한다.
3인조 여성그룹 헌트릭스에 맞서 사람들의 혼을 가져가려고 만들어진 저승사자 그룹 사자 보이즈는 진우를 비롯한 5명 보이그룹이다. ‘유어 아이돌(Your Idol)’에서 까만 도포에 까만 갓을 쓰고 갓끈 찰랑이며 칼군무를 추는 사자 보이즈의 모습은 공포스럽기보다는 악귀가 이렇게 멋져도 돼 싶다.
조선시대 선비가 쓰던 갓이 이렇게 패셔너블할 수가 없는데 수년 전부터 이민 2세들은 한국의 갓을 주문하거나 직접 사와서 아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갓을 씌워 돌사진을 찍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은 미국 소니 픽처스, 배급은 넷플릭스, 감독과 스텝들은 거의 한국계이거나 한국인이다. 인물, 배경, 소품 모두 한국적인데 2세 자녀는 1세 부모에게 “까치호랑이 알아?”하고 되묻기까지 한다.
루미와 진우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귀여운 호랑이 모습은 민화 ‘호작도(虎鵲圖):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한 그림)’ 에서 따왔는데 영화가 재미있자 2세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이미 공부를 한 것이다.
우리 모두 마음 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을 안다. 선한 사람은 악을 더 누르고 있어서고 악한 사람은 악이 더높이 올라와서 그런 것이다. 영화에서도 우리 모두 안에 어둠이 존재하고 있으며 어둠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반은 악귀의 피를 지닌 퇴마사 루미가 노래로 감동시킨 사람들의 영혼으로 엮어 만드는 그물 형태의 혼문(魂文)을 완성시켜 영원히 악귀가 올라오지 않게 하려 한다.
그런데 헌트릭스 멤버 셋과 감독이 모두 한인 1.5세와 2세라는 점이 놀랍다. 루미 역(노래는 보컬리스트 이재)을 맡은 성우 아든 조는 텍사스 출신으로 아버지가 태권도장을 운영했고 “아시안 주인공이 이렇게 멋지다는 것을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한다. 미라역을 맡은 메이 홍은 6살에 미국에 와 뉴욕에서 자랐고 막내 조이역의 유지영은 콜로라도 태생인 한인 2세다.
프로듀서 아그네스 리도 아버지가 태권도장을 했고 매기 강 감독(공동감독 크리스 아펠할스)은 5세때 캐나다로 이민 간 한인으로 한국이 늘 꿈같이 생각되었는데 영화를 만들려고 서울, 제주, 을지로, 남산, 동대문을 스텝들과 여행하며 한국에 대한 진정성을 살리려고 했다고 한다.
이토록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회사에서 제작되었다는 것은 한국 문화가 이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이민 1세들이 자녀들을 참으로 잘 키웠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어려서 미국에 왔거나 이곳에서 태어나 살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부모의 모국 문화를 소재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그들이 참으로 고맙다.
<
민병임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