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맛있다는 돈까스 체인점에 들르니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띈다. 키오스크에서 오더를 넣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좌석의 배치가 영 이상하다. 독서실에 온 것 같다. 좌석은 칸칸이 막혀 있고, 모두 한 쪽을 바라보게 되어 있다.
마침 저녁 시간이라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와 말없이 오더를 하고 말없이 각각의 자리에 앉는다. 청년들이 주고객이다. 말없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는 말없이 나간다. 말은 한 마디도 필요 없고 시선이 엉키지도 않는다. 혼밥에 침묵이 무슨 의무처럼 느껴진다.
미국인들이 혼밥을 위해 흔히 찾는 맥도날드는 좌석 배치라도 타인의 시선과 마주치게 되어 있는데.
한국은 어떤가?
몇 년 전에 비해 무인 점포가 엄청 늘었다. 아이스크림 집이 무인인 건 옛날 일이고, 이번에 본 건 무인 옷가게와 무인 편의점과 무인 라면집이다. 모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여전히 감시를 받긴 한다. 하지만 사람은 없다. 물어볼 게 있으면 연락을 하라지만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 안 사고 말지.
고객은 혼자 가게에 들어가 혼자 창밖을 내다보며 라면을 먹고 나온다. 실내에는 도구만 있지, 사람은 없다.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여 좋을 것이다. 종업원 다루는 골치도 없을 테니 그도 큰 장점이겠다. 그렇다 해도 이래도 되나, 라는 물음이 자꾸 올라온다. 인간소외는 어디까지 갈까?
일본에서 보면 사람을 피해 사는 시스템이 이미 정착한 느낌이다. 당연시한다. 한국은 그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고, 조만간 이런 식의 홀로의 삶이 당연한 시스템으로 굳을 것이다.
한국 청년의 21 퍼센트는 이성을 사귄 경험이 전혀 없고, 현재 사귀고 있지 않은 비율은 42퍼센트다. 경제력이 없을수록 비율은 더 높다. (2023년 통계)
혼자 사는 걸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행히 반려동물의 숫자도 늘었다. 동물도 살아 있는 생명이니 아주 무관심한 것 보다는 낫다. 이에 또 붐을 이루는 게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다. 알코올 성분이 없는 고양이 와인이 불티나게 팔린다.
미국에서 남의 가정을 방문할 때 사가는 포도주 가격과 맞먹는다. 고양이에게 붉은 포도주를 권하며 대작을 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인들은 변화에 민감하고 빠르게 적응한다. 이게 큰 장점이지만, 그게 끝까지 장점으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나같이 무인 점포인 명동이나 옥수동 거리, 그 거리를 다 같이, 홀로, 헤매고 다닐 사람을 생각하면 어지럽다. 모르긴 몰라도 현 시점에서 무인 점포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 아닐까?
자본주의가 익어가다 못해 이제 경제논리가 모든 걸 지배하게 됐다. 인구절벽의 핵심은 경제 논리를 우선시해 생기는 인간소외다. 사이보그는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 좀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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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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