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영화 ‘논나’
▶ 할머니들과의 좌충우돌
▶ 침 고이게 하는 인간미

뉴요커 조(오른쪽)는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식당을 연다.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은 이탈리아계 할머니들이다. [넷플릭스 제공]
이탈리아계 중년 남자 조(빈스 본)는 어머니를 잃는다. 슬픔에 젖은 그는 엄마와 할머니의 손맛이 그립다. 집에서 음식을 아무리 만들어 봐도 어린 시절 추억 속 맛은 재현되지 않는다. 조는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를 방문했다가 매물로 나온 낡은 식당을 발견한다. 그는 충동적으로 식당을 인수하고, 자신만의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고, 아는 셰프 하나 없는 조는 이탈리아계 할머니들을 고용하려 한다. 어려서부터 각자 집안 요리법을 익혀 온 이들이 ‘집밥’을 만들면 손님에게 가족의 맛을 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는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구인 브루노(조 만갈니엘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건축업자인 그가 식당을 새롭게 단정해 줄 수 있으니까. 브루노는 강하게 만류한다. 교통기관에서 오래 일하며 식당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조가 불쑥 음식 관련 창업을 하겠다고 나섰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조를 말릴 수는 없다.
조는 자신이 아는 논나(Nonna·이탈리아어로 할머니)들을 만난다. 면접을 보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던 미용실 주인 지아(수전 서랜든), 어머니의 오랜 친구 로베트타(로레인 브래코)에게 합류를 부탁한다. 우연히 알게 된 노부인 안톤넬라(브렌다 버카로)가 섭외 대상하기도 하다. 지원자도 있다. 수녀였던 테레사(탈리아 샤이어)가 유일하지만 말이다.
할머니들은 각자 요리법을 지녔다. 시칠리아와 볼로냐 등 집안의 출신 지역이 제각각이기도 하다. 손님들이 여러 지방의 여러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된 거다. 문제가 있기도 하다. 개성 강한 이탈리아계 ‘논나’들은 지역색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거나 물리적 충돌을 피하지 않는다. 자신 요리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 때문에 늘 예민한 상황이기도 하다. 조가 식당 경영을 하며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개업했다고 손님들이 몰려들지는 않는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내부 텃세가 만만치 않기도 하다. 하지만 조와 논나들은 의도치 않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영화는 맛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유명 요리사가 주방을 맡고 있고, 희귀 식재료를 사용한 고급 음식점이 정말 우리 입맛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엄마와 할머니의 손맛을 연상시키는 음식이 사람들 혀를 사로잡는다면 그건 정말 맛 때문일까. 어쩌면 추억 같은 정서가 입맛을 더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침이 고이게 하는 장면이 많다.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영상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음식들을 즐기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인간미가 느껴져서다. 결국 음식은 함께 먹었을 때 더 맛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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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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