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GDP 1.7% 깜짝 성장
▶ 수출 5.1% 늘어 22분기만에 최대
▶ 반도체 공장 증설에 건설 투자 쑥
▶ 서비스업 등 내수도 완만한 회복
▶ 전쟁 리스크에 정부는 신중 입장
▶ 4월부터 경기 하방 압력 커질 듯
한국은행이 23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1.7% 올랐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초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돌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긴장 고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2분기 이후에도 성장 흐름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1.7% 올라 2020년 3분기(2.2%)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증가했다. 한 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오늘 숫자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고 말했다.
이번 서프라이즈 성장 배경의 중심축은 역시 반도체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2·3월 수출이 연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이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5.1% 증가해 22분기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설비투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기 대비 4.8% 늘어나 증가세로 전환했다. 건설투자 역시 반도체 공장 증설과 주택 착공 증가 영향으로 2.8% 늘어 8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도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였다. 민간 소비는 재화 소비 증가에 힘입어 0.5% 늘었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과 문화 부문을 중심으로 0.4% 증가했다.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1.1%포인트, 투자(총고정 자본 형성)가 0.8%포인트, 소비가 0.2%포인트 성장률을 끌어올렸고 재고 감소는 0.4%포인트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종별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전반이 반등했다. 제조업 생산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를 중심으로 3.9% 증가해 21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7.5% 증가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1988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 폭으로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수출 가격 상승이 기업 실적 개선과 설비투자 확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 성장세가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한은은 1분기에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2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3%다. 이 국장은 “4월부터 중동 리스크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과 성장 하방 압력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재정경제부는 “2분기에는 1분기의 큰 폭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 전쟁 영향 본격화 등이 겹치며 전기 대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연간 성장 전망은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신중론에도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올해 연간 2%대 성장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성장률은 연간 성장률 산정에서 가중치가 가장 큰 만큼 성장 눈높이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9%로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도 1.9%에서 2.5%로 높였다. 씨티는 재고 조정 효과(-0.4%포인트)를 제외하면 1분기 실제 성장 모멘텀은 2%를 웃돌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씨티는 이번 성장률 호조를 근거로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고용 등 체감 경기가 약해 인상도 쉽지 않다”며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반도체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성장률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내수는 여전히 1%대 성장에 머물러 있다”고 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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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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