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9월 물가 각각 3.7% 상승…미국, 1년 만에 4.5%p↓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와 코로나19 재정정책 등 영향으로 미국 물가가 급등하면서 벌어진 한·미 간 인플레이션 격차가 6년 만에 다시 '제로(0)'가 됐다.
미국 물가는 일관된 긴축 기조로 빠르게 상승 폭을 줄인 반면 한국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14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상승했다. 전달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전달(3.4%)보다 상승 폭을 키우며 3.7% 올랐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한국과 같거나 한국보다 낮아진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 1개월 만이다.
미국의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 9월부터 6년간 매달 한국을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 회수가 지체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대규모 재정정책까지 겹친 영향이다.
1%포인트(p) 내외를 맴돌던 한미 간 인플레이션 격차는 작년 3월 미국 물가가 8.5%까지 치솟으면서 4.4%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양국의 물가상승률 격차가 '0'으로 수렴한 것은 최근 두 달째 보폭을 넓힌 국내 물가 상승세 탓이 컸다.
8월 소비자물가는 국제 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3.4% 오르며 전달(2.3%)보다 1.1%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국제 유가는 9월(3.7%)에도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원자잿값이 오른 상황에서 최근 국제 유가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되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4차례 연속 이뤄진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등 강력한 긴축 기조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물가는 다소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8.2%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12월(6.5%) 6%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3.0%로 수직 하강했다.
최근 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지만 유가 변수에 취약한 한국과 달리 9월에는 전달(3.7%)과 같은 수준에 멈춰 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양국 간 인플레이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3.6%를 상회했고 주거비(7.2%)와 서비스(5.7%·에너지 부문 제외) 물가는 여전히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이유에서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금리 장기화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같은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을 쓸 여력이 많지 않다.
최근 물가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상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제조업·수출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데다 투자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통화정책을 제약하고 있다.
물가 인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공공요금이 최근 줄줄이 오르고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확전 우려로 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물가는 긴축 기조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은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이거나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일부 회수하는 등 조치가 없다면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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