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바이두 등 IT 기업 이어 성차별적 채용 공고에 비판 봇물
▶ 성차별 구인광고 금지법 무용지물
“예쁘고 늘씬한 여성 직원 구합니다. 차 심부름을 해야 하거든요.”
중국의 한 국영기업이 여성의 외모를 선발 기준으로 제시한 구인 공고를 내 물의를 일으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남동부 장시성에 위치한 중국 철도건설공사 한 자회사가 채용 공고를 냈다. 사무직을 구한다는 공고의 선발 조건으로 “여성이어야 하며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은 대졸자”를 제시했다.
대놓고 성차별적 구인 공고를 낸 이 회사에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은 아직 멀었다”, “대학은 무엇 하러 다니나, 성형 수술만이 살길이다” 등 가뜩이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공분을 샀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회사 측은 구인 공고를 철회하고 “적절치 못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런 공고를 낸 배경과 관련해 “회사를 방문하는 정부 관계자와 시찰단에 차를 대접할 여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해,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회사 측의 황당한 해명 이후 여론은 더 악화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아 참, 남자는 손이 없었죠? 차는 여성이 대접해야죠” 등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회사를 방문한 공무원들에게 몸매가 예쁜 직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중국 기업들은 성차별적 채용 공고를 낼 적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좀처럼 고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 기업 알리바바는 2013년 웨이보에 올린 채용 공고에서 여성 모델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이들은 알리바바 직원들의 여신입니다. 직장에서는 유능하지만 개인 삶에서는 매력적이고, 독립적이지만 예민하진 않습니다. 당신도 이 여신들의 사람이 되고 싶나요?”라고 썼다. 남자 직원만 채용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에 들어오면 매력적인 여성들과 일할 수 있다는 식으로 여성의 외모를 구인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2016년에는 바이두가 “아름다운 소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매일 행복하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고, “출장이 잦아 남성을 선호한다”는 채용 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서방 언론과 국제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중국 정부는 2019년 성차별 표현이 담긴 구인 광고 금지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성차별적 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한 요건이 담기지 않아 실질적으로 처벌받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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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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