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한 번쯤 살고 싶어 하는 나라 스위스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스위스 잡지 빌란츠가 2010년 인구 1만 명 이상인 스위스 도시 134곳을 분석한 결과 살기 좋은 도시 1위는 북부 추크주의 주도인 추크시였다. 추크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은 원래 주민 다수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온 어촌이었다. 추크라는 이름도 ‘어망을 잡아당긴다’는 뜻의 독일어(zug)에서 유래됐다. 추크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 소득이 스위스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주 정부가 법인세율을 8.6~14.6%로 대폭 낮추면서 많은 외국 기업이 이전, 스위스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가장 잘사는 도시로 바뀌었다. 이곳에는 존슨앤드존슨·지멘스·네슬레 등 유명 기업의 본·지사를 포함해 4만여 개의 기업들이 있다. 추크시 인구가 3만 명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사람보다 기업이 더 많은 셈이다.
세금 혜택은 러시아 부호와 기업들에도 큰 매력이 됐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노르트스트림2의 본사가 추크시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의 신흥 재벌인 올리가르히의 별장과 기업들이 다수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입김이 세지면서 추크시는 ‘작은 모스크바’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다른 별명은 크립토 밸리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재단이 있는데다 수많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어 이곳은 ‘암호화폐의 성지’로 불린다.
추크시가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제재의 구멍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위스가 제재 대열에 동참한 후 추크시 관료들이 수백 명의 러시아 부호들이 소유한 주택이나 기업들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확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법이 금융 비밀을 보호하도록 돼있어 소유자를 밝혀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인륜 범죄국을 제재하는 데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한 제재도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암호화폐 같은 구멍을 메워야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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