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답방은 2차회담 뒤에 한다고 정리, 미 정치 상황 고려한 고차방정식 필요
▶ 신년사, 독자적 비핵화 방안 제시 가능성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청와대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 보내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 위원장 보낸 친서. 2018.12.30. (사진=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시간 기준)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다짐하는 내용의 '깜짝 친서'를 보냄에 따라 조만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친서를 보낸 시점이 1월1일 신년사 발표 이틀 전임을 고려할 때 친서의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일 신년사에서 밝힐 새해 정책, 특히 대외 정책을 일부라도 미리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측근들이 몇차례 언급한 대로 '1월초에 가까운 시기, 늦어도 2월중'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10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정상회담 준비가 한참 진행됐었다.
그러나 양측은 제재 해제 내지 완화 문제를 둘러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정상회담 준비회담을 열지 못한 채 연말을 맞았다. 10일 전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인도적 목적의 북한 방문 허용 등 제재 완화 의사를 밝히는 등 1월중 2차 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 노력을 편 바 있으나 북한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도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는 와중이었다. 그런 시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보냄으로써 분위기가 다시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김위원장 친서 내용을 요약 발표한 청와대에 따르면 김위원장은 연내 답방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새해 '상황에 따라' 반드시 답방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새해 남북관계 진전을 강력히 희망하면서 동시에 비핵화 의지도 표명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답방하겠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2차 북미정상회담과 사실상 연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달 들어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무산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음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지난 9월 평양선언에서 답방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있을 것으로 알려졌던 게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렇게 보면 답방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뒤 이뤄질 전망이다. 희망적 기대가 커지는 것과는 달리 2차 북미정상회담 반드시 개최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굳이 친서를 보냈다는 행위를 통해, 또 비핵화 의지 표명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대미 외교적 약속의 이행을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한발 더 나간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자임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한 북미 핵정상회담의 '수석 중재자'로서 역할을 김위원장도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내일(1월 1일)발표하는 신년사에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친서에 나온 내용만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예상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핵화의지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어떤' 조치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여러 정황을 감안하고 다소 낙관적으로 예상한 결과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올해 벌어진 외교적 데뷔를 무산시킬 수 없는 입장이다. 경제 개발을 위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포기하고 남북관계, 북미관계, 대중관계, 한반도 평화정착 등 다양한 '승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역대 신년사에서 '역사적 사변을 일으킨 대승리'라고 평가할 만한 내용이다. 이렇게 평가해놓고 이를 다시 뒤로 돌리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덜 낙관적으로 보면 '대승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는 정도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충분히 할 바를 다했지만 미국과 한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상황이 진전되지 않고 있음을 개탄하는 것이다. 개탄한 뒤에라도 여전히 상황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소한 '화염과 분노'를 말한 2017년의 험악한 분위기로 돌아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고려해야할 새로운 변수가 많다. 특히 지난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입지가 약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2차회담을 여는 것이 좋을 지, 시기는 언제가 좋을 지, 연다면 어디까지 합의(또는 양보)할 수 있는지, 미국이 그 합의를 과연 제대로 지킬 수 있을 지 등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신년사에선 이런 점들을 모두 검토한 상황에서 대책을 제시할 듯하다.
문재인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을 청와대가 자세히 밝히지 않아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2차회담 뒤에 답방할 것이고 비핵화의지는 여전하다는 정도만 알수 있다. 이에 비해 신년사 내용은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더 분명히 예상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전망이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을 포기하고 지난해와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일단 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인다. 6월 싱가포르 1차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사실상 아무것도 내주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을 쟁취했다. 2차회담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 것이지만 다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2차회담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음을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독자적 방식으로 약속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사랑을 깊게 만들고 미국 조야의 대북 비난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북한이 자신만의 방식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가능성마저 높아진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물러난 뒤라도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대국의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포석을 해야하는 입장이다. 신년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세 요리 실력을 감상할 좋은 구경거리가 될 듯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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