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스라엘의 한 병아리 산란장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불시에 들이닥쳐 갓 태어난 수컷 병아리를 분쇄하는 기계를 멈춰 세웠다.
놀란 농장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들이 동물단체 회원들을 제지하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얼마 뒤 충돌을 촬영한 영상과 병아리들의 끔찍한 최후 모습이 공개되자 전 세계에서 분노가 쏟아지는 등 파장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보다 인도적인 병아리 안락사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잔혹사의 주인공인 수컷 병아리는 알을 낳지 못하는데다 성장까지 더뎌 경제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산란계 양계장에서는 병아리 수컷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산채로 분쇄기나 가스를 이용해 도살 처분한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동물의 사료가 된다. 이렇게 비참한 죽임을 당하는 수평아리가 세계적으로 연간 40억~60억마리에 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산란계 병아리의 40% 정도가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은 수평아리 대량 학살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마땅한 방안을 못 찾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993년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할 정도로 동물보호에 민감한 독일의 법원조차도 3년 전 ‘대안이 없으므로 분쇄기 사용은 허용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빠르면 내년부터 분쇄기나 가스실로 보내지는 수평아리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독일 라이프치히대 연구팀이 산학협력을 통해 부화하기 전 단계에서 달걀의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특허를 취득했다는 소식이다. 4년간 프로젝트로 진행된 연구는 독일 정부까지 자금지원을 했다고 한다.
성감별은 달걀 호르몬 검사로 이뤄지는데 레이저빔으로 달걀 껍데기에 0.3㎜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내부 유기체를 뽑아내 검사한다. 임신테스트와 비슷하게 수컷이면 푸른색, 암컷이면 하얀색으로 시험지가 변하는 식이다.
정확도가 98.5%에 달하고 수정 후 9일 만에 감별이 가능하다. 현재 연구팀이 기업에 새 기술을 적용한 기계 제작을 의뢰한 상태라니 일선 부화장에 감별기가 빨리 보급돼 수평아리의 고통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렇더라도 아예 세상 구경도 못하게 하는 게 인도적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이래저래 암컷보다 일찍 생을 마치는 ‘수컷의 비애’가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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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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