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누구나 어느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서인 지 대부분은 사는 동안 잘 사는 것에만 치중한다. 죽음은 떠올리는 것조차 회피한다.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수하고, 잘 살고자 하는 것만큼 미리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것 역시 꼭 필요한 때이다.
얼마 전 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동창이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도 접했다. 어떤 죽음이던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함은 말로 표현하기 조차 힘든 법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상처의 깊이도 알 수 없다. 그런 지인들의 죽음을 통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아침마다 눈 뜨고 일어나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늘 삶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린다. ‘난, 지금 잘 살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에 깊이 빠진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이면 이런 생각을 매번 반복한다. 올 한해를 잘 보냈는지 되돌아 본다.
왜, 연초 계획을 이루지 못했는지도 따져보고 반성한다. 한 해 동안 잘 하고 못한 일도 정리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금보다 좀 더 잘 살아야지’라는 다짐도 한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묻는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라고. 그럴 때마다 정답은 못 찾지만 나이가 들수록 잘 사는 것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적어질수록 잘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을 때는 돈, 명예, 권력, 지위 등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다.
그러나 세월의 연륜이 쌓이고 있는 지금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삶’에 더욱 치중하며 살려고 한다. ‘좀 더 더불어 살자’, ‘좀 더 즐기며 살자’, 좀 더 사랑하며 살자’, ‘좀 더 건강하게 살자’ 등등. 자기애가 삶의 목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자기애는 자기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에서 생기는 사랑이다. 그런 자기애를 삶의 목표로 실천하려면 극기가 필요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무책임, 권태감, 패배감, 좌절감, 열등감, 시기심, 이기심,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적 나약함과의 싸움에서 승리자가 돼야 한다. 삶에 있어서 인간의 최대 승리는 자기자신을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이기는 자는 승자요. 나를 이기는 자는 강자라고 한다. 과거를 후회하기 보다는 내일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 그 어떤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헤쳐나오려 노력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찌푸린 표정보다는 웃음으로 대하는 사람, 부족하더라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강자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강자란 얘기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훌륭한 삶을 위한 5가지의 태도로 항상 자신을 사랑하라, 남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경험에 쓰는 돈을 아끼지마라, 매년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라,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라 등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항상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는 곁에 절대 둬선 안 되는 사람으로 ‘잃을 게 없는 사람’을 꼽았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에 남 또한 함부로 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을 곁에 두는 건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 경고한다.
이와달리,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귀한 사람이다. 자신을 아끼기에 평판을 소중하게 여긴다. 행동과 마음가짐이 바를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애는 잘난 척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란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가 있다. 건강한 삶, 깨끗한 삶, 즐거운 삶, 좋은 삶, 의미 있는 삶 등을 지향한다. 그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사람에 따라 사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가장 잘 사는 삶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삶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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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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