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금융시장 브렉시트보다 충격 클지에 촉각…각국 비상계획 점검
미국 대통령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브렉시트 결정 당시보다 큰 충격이 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대해 오차범위 내에서 불안한 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6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하면서 주식과 달러,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 멕시코 페소화 2.5% 급등…아시아 증시 상승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FBI의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무혐의 발표 이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오후 4시 현재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전거래일보다 2.1% 뛴 달러당 18.62페소를 기록하고 있다.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이날 무혐의 발표 이후 한때 전거래일보다 2.5% 뛴 달러당 18.55페소까지 상승했다.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것을 시장이 반영한 것이다. 페소화 가치는 미국 대선 관련 베팅 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과 역방향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대리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에 35% 관세부과를 공약으로 내놓은 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미국에 유리하게 재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선 시 멕시코 경제에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계 10개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지수도 이날 7거래일 만에 0.35% 상승 반전했다. 달러 지수는 FBI의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한 바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 가치는 이날 한때 전거래일보다 1.3% 떨어진 달러당 104.48엔을 기록했고, 스위스 프랑화 가치도 1.07% 하락한 달러당 0.9788프랑에 거래됐다.
중국 당국은 달러 강세를 반영해 이날 위안화 가치를 절하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이날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31% 올린 6.7725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기준환율을 상향 조정한 것은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절하했다는 뜻이다.
아시아증시는 대체로 상승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61% 오른 17,177.21에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지수도 1.17% 오른 1,362.8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0.79% 오른 1,997.58, 대만 가권지수는 1.34% 오른 9,189.84에 각각 장을 끝냈고,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는 오후 4시 현재 1.35% 오른 9,619.77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증시도 상승했다. 중국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07% 오른 3,356.59에 마감했고, 상하이종합지수도 0.26% 오른 3,133.33에 거래를 마쳤다.
◇ 각국 비상계획 짜…불확실성에 갇힌 중앙은행들
각국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버락 오바마 현 정부의 연장 선상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클린턴 후보보다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때를 대비해서다. 상하원이 공화당 우세가 되느냐 민주당 우세가 되느냐도 관건이다.
트럼프 후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와 NAFTA 재협상, 중국에 45%, 멕시코에 35% 관세부과를 공약으로 내놨다. 아울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하겠다고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 시 무역정책부터 정부 주요직위 선임까지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일제히 안전자산으로 도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시간대 저스틴 울퍼와 다트머스대 에릭 지체비츠의 논문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글로벌 증시는 10∼15% 하락하고,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25% 폭락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트럼프가 이기면 뉴욕증시가 11∼12% 떨어지고, 클린턴이 이기면 2∼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짐 포겔 FTN파이낸셜 시장투자전략가는 "트럼프의 당선이나 클린턴과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접수하는 것은 시장에서 가격반영이 불가능해 일어날 수 없다고 믿는 일들"이라며 "미국 시장 투자자들은 전략이 있다고 해도 브렉시트 결정에 신경이 곤두선 해외투자자들은 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티나 포드햄 씨티그룹 수석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 결정까지의 시간을 연상시킨다"고 논평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당선 후폭풍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무부와 (트럼프 당선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라면서 "비상계획을 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멕시코 중앙은행을 비롯한 재무부, 경제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주 회동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도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새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 간부를 불러모아 금융시장 점검 긴급회의를 열고 현재 경제와 금융시장을 '여리박빙(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한 상황)'과 같다면서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내외 여건상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작은 빈틈이라도 생기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미 대선 등 잇따른 정치이벤트로 통화정책에 정치적 입김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당장 미국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72% 반영돼 있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하게끔 기준금리를 억지로 낮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울리히 로이히트만 코메르츠방크 외환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연준의 입지를 약화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리 인상을 연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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