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국과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거포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요즘 쫓기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출전 기회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제한된 타석에서 좋은 타격을 선사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탓이다.
이대호는 15일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방문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이날 에인절스 우완 선발 투수 리키 놀라스코를 맞아 우타자 이대호 대신 좌타자 애덤 린드를 6번 타자 1루수로 내보냈다.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대호는 서비스 감독과 면담 내용의 한 대목을 알려줬다.
이대호는 면담에서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아 충분히 칠 수 있는 공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고, 서비스 감독은 "시즌 초반에 스트라이크 존을 좁혀 좋은 공을 공략하던 것과 달리 요즘은 나쁜 볼에도 자주 방망이가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비스 감독은 이대호에게 여유 있게 편하게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전반기에 타율 0.288을 치고 홈런 12방에 37타점을 올리며 타선의 한 축을 담당한 이대호는 그러나 후반기 19경기에서 타율 0.115, 홈런 1방, 4타점에 그쳐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대호는 최근 부진을 두고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냈기에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에 걸맞게 더욱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에선 팀의 해결사로서 경기에서 직접 투수의 공을 상대하며 부진 탈출의 계기를 스스로 찾아왔지만, 미국에선 서비스 감독이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플래툰 시스템을 고집하는 탓에 안정적인 기회를 보장받지 못해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대호는 "요즘 후보 선수들의 비애를 톡톡히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비디오 동영상을 보면서 상대 투수를 열심히 연구하나 투수가 본 것과 정반대로 던지는 바람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대호는 "빠른 볼 80%, 슬라이더 15%를 던지는 투수가 있어서 두 가지 구종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갔더니 실전에서 진짜 0.2%만 던지는 체인지업을 초구, 2구에 꽂아넣더라"라면서 예상치 못한 투수들의 볼 배합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빅리그 루키로서 처음 겪는 메이저리그의 강행군 일정도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애틀은 지난달 29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이달 1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일전까지 13연전을 치렀다.
11일 하루 쉬고 1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3연전을 시작해 이달 말일까지 무려 20연전을 벌인다. 이달에 쉬는 날이 고작 하루뿐인 셈이다.
다행인 것은 시애틀의 성적이 좋다는 사실이다.
최근 6연승을 질주하며 13연전을 9승 4패로 마친 시애틀은 62승 54패를 올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텍사스보다 5.5경기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조금 더 힘을 낸다면 포스트시즌 출전 꿈을 이룰 수도 있는 기세다.
이대호는 "최근 팀의 분위기가 좋기에 부진을 떨쳐 내고 내가 팀에 힘을 보탤 기회가 분명히 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찬스를 별렀다.

홈런치고 더그아웃에서 환영받는 이대호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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