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국 국민만 EU에서 일할 자격…브렉시트로 자격상실 위기
▶ 융커, 직원에 서한 보내 “계속 일하도록 조치” 안심시키기도
일부 영국인, 벨기에 국적ㆍ배우자 출신국 국적 취득도 고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24일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자 브뤼셀의 EU 및 EU 관련 기구에 근무하는 영국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했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5만5천 명에 달하는 EU 직원 가운데 영국인 비율은 약 4%다. 영국 인구가 EU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비율이 낮은 것이다.
EU에는 EU 회원국 국민만이 EU에서 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EU에서 근무 중인 영국인들은 하루아침에 일할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브뤼셀의 영국인들이 이번 브렉시트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연장계약이 안 되는 게 아니냐며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그동안 영국인들에게 EU는 많은 보수와 높은 예우로 인해 '신의 직장'으로 간주돼 왔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듯 브뤼셀에 있는 영국인들은 충격과 슬픔, 눈물 속에 영국의 EU 탈퇴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난 30년간 브뤼셀의 EU 업무 관련 민간 영역에서 일해온 한 영국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일을 한 것인지 예측할 수가 없다"면서 "슬프다"라고 말했다.
한 영국인 여성은 자녀를 브뤼셀에 있는 학교에 내려주며 왈칵 눈물을 쏟았고, 다른 영국인은 "완전한 비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EU에 근무하는 영국인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EU 내의 영국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이들을 안심시키고 나서기도 했다.
EU 집행위에서 일하는 한 영국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에게 우리가 필요하다. 나는 여기서 유용한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을 계속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EU 내 영국인들의 걱정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EU 고위직의 경우 회원국의 정치적 후원이 없으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EU에서 일자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부모 없는 고아 신세'인 영국인들은 하위직에 머물거나 허드렛일을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 나돌고 있다.
일부 영국인 EU 직원들은 브뤼셀의 민간 영역으로 옮겨가거나 런던으로 돌아가 공직을 맡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브뤼셀에 오래 거주해온 일부 영국인들은 브뤼셀 국적을 신청하거나 다른 EU 회원국 출신 배우자를 둔 사람들은 배우자의 국가로 국적을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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