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8세를 일기로 암으로 사망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남미는 물론 전 세계 좌파의 우상이었다.
80년대 군부 내 비밀 조직이었던 ‘혁명 볼리바 운동 200’의 지도자였던 그는 1992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려다 실패하고 감옥에 가지만 1998년 선거에서 승리,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 된다.
그는 집권 후 ‘혁명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무상에 가까운 개스, 주택 및 식비 보조 등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정책을 폈다. 그가 죽자 세계 좌파 정치인과 할리웃 연예인들은 줄지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중요하며 부는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우고 차베스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했던 영국하원의원 제레미 코빈은 지금 영국 노동당 당수가 돼 있다. 지미 카터는 우고가 “라틴 아메리카의 독립을 과감히 선언하고 세계에 희망을 줬다”고 그를 애도했으며 마이클 모어와 션 펜과 같은 할리웃 인사들도 조의를 표했다. 한국에서도 노무현 시절 KBS에서 우고의 업적을 찬양하는 특집을 내보낸 적이 있다.
지금 그가 죽은 베네수엘라는 파탄 난 남미 경제의 표본과 같은 곳이다. 지난 1년간 베네수엘라의 인플레는 180%로 남미 최고고 그나마 먹을것을 구할 것이 없어 배를 굶는 국민이 속출하고 있다. 길거리는 조직 폭력배가 날뛰고 부패 정치 스캔들은 연일터지고 야당과 민주 인사에 대한 탄압은 가속화되고 있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의 인기는 바닥 중의 바닥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석유 값의 폭락이다. 불과 수년 전 배럴 당 150달러까지 하던 국제 유가는 이제 40달러 선을 맴돌고 있다.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던 베네수엘라로서는 국민에게 보조금으로 줄 돈이 바닥난 것이다. 거기다 중과세에 각종 규제로 경제 활동은 마비되고 부유층으로부터 몰수한 비옥한 농지는 방치된 채 황무지로 변해 가고있다.
에바 페론으로 대표되는 남미 좌파의 본산 아르헨티나도 이보다는 낫지만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좌파 성향의 크리스티나 키르치너 집권 8년 동안 국가 경제는 거덜났다. 2001년 국가부도 사태로 발생한 미상환 채무를 조정해 간신히 갚아가던 아르헨티나는2014년 2차 부도를 냈다. 국가 신용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인플레는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는 남미 최고 수준이며 투자자금은 서둘러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사회주의 정책의 실상을 맛본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작년 시장 친화적인 마우리시오 마크리를 새 대통령으로 뽑았고 그가 세계 채권단과 채무 조정에 성공한 후 경제는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학창 시절 사회주의에 빠져 게릴라 활동까지 하다 대통령이 된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는 지금 탄핵 심판을 받느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올여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의 상황은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최악이다. 경제는 연일 추락하는데 주요 정치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있고 주지사 딸까지 최근 집 앞에서 강도한테 공격당 할 정도로 치안은 엉망이다.
역시 사회주의 정치인이자 남미 사상 처음으로 원주민 대통령이 돼 칭송받던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는 최근 집권을 4선까지 허용하는 주민 발의안을 상정했다 부결되는 바람에 인기가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남미 사회주의 정치인과 경제의 몰락은 원인이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부를 나누는 데는 소질이 있지만 창출하는데는 재주가 빵점이라는 점이다. 누가 뭘 생산하든 똑같이 나눠 갖는 사회는 공평해 보이지만 결국은 아무 것도 나눌 것이 없어진다. 열심히 일하든 안 하든, 재주가 있든 없든, 결과가 똑같다면 열심히 재주를 넘을 곰은 없기 때문이다. 버니 샌더스에 열광하는, 사회주의를 경험해 보지 못한, 미국의 젊은이들은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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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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