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이 ‘독립 선언서’에서 밝힌것처럼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공화국으로 오래 남을 것인가를 고심했다. 영국 왕 조지 3세와 영국 의회의 횡포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국민 다수의 의사에 기초한 민주 정부를 세우는 것이 긴요하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다가 아니었다. 그들은 서양 최초로 민주주의를 실현한 아테네가 어떻게 망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스파르타와 함께 페르샤의 백만 침략군을 무찌르고 지중해의 맹주가 된 아테네는 한 동안 페리클레스라는 유능한 지도자의 통치 아래 영화를 누렸으나 그 사후 급속히 몰락하고 만다.
아테네 몰락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을 하나 들라면 알시비아데스가 꼽힐 것이다. 당시 그리스 정치인 중 가장 잘 생기고 언변이좋았던 그는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스파르타와 내전 중이던 상황에서 그는 지중해의 부유한 전략적 요충지인 시실리 정벌을 제안했다. 이곳을 차지할 경우 엄청난 부와 함께 군사적 요충지를 얻게 돼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 먼 곳까지 군대를 보냈다가 지는 날에는 아테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신중론은 그의 달변에 압도됐고 아테네 시민은 그의 원정을 승인했다. 결과는 재난이었다 아테네함대는 대부분 가라앉고 원정군은 거의 죽거나 포로로 잡혔다. 아테네는 이 참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고 스파르타의 전쟁에서 지면서 그후 2,400년 동안 다시는 옛 영화를 회복하지 못했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국민이 대중 선동가에 휘둘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장치를 고안했다. 하나는 정부 권한을 주와 연방으로 나누고 양쪽모두 입법, 행정, 사법부를 둬 어느누구도 권력을 독점하기 힘들게했다. 그리고 법이 헌법에 합치하는가의 최종 판단은 선출직이 아닌 종신 임명직인 연방 대법원 판사가 맡도록 했다.
나라의 흥망을 좌우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통령 선거는 국민이 직접 뽑는 대신 경험과 식견이 있는 대의원단이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대중 선동가의 집권 가능성을 최소화 하려 했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드물게 간접 선거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또1787년 제정된 원래 헌법에서는 연방 상원 의원도 시민이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각 주 의회에서 뽑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미국 창업자들의 계획은 민주화 물결과 함께 변질되고만다. 대통령 선거인단의 재량권은사실상 사라져 직접 선거나 다름없이 됐고 연방 상원 선거도 헌법 개정을 통해 직접 선거로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발전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최근 일고 있는 트럼프 돌풍을 보노라면 유권자의 표만 많이 얻으면 집권자가 되는 현 체제가 과연 최선인가에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반이민, 반장애인, 반여성, 반회교도 발언을 일삼으며 인종 차별단체인 KKK단 규탄을 거부하고, 당선되면 중국과 멕시코와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며 그가족들을 죽이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그는 대통령 자격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인간도 표만 많이 얻으면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주말 열린 메인과 캔자스 공화당 코커스에서 참패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가 공화당 대선 주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경우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선거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1932년 선거에서 33%의 표를얻은 히틀러는 합법적으로 총통이돼 유대인 600만을 학살하고 2차대전을 일으켰다. 이제 공화당 유권자 33%의 표를 얻은 트럼프가 백악관 문턱을 밟으려 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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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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