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개스누출 사태 포터랜치를 가다 ②
▶ 자녀 장거리 등·하교 위해 5시 기상‘고역’ 임시거처 일부는 호텔·식비 안 나와 불만

알리소 캐년 개스누출 사태로 상당수의 포터랜치 한인 주민들이 임시 거처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포터랜치 북쪽 구역 주택가 곳곳이 텅 비어 있다. <박상혁 기자>
포터랜치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김모(48)씨. 포터랜치 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김씨는 요즘 하루 일과가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개스누출 사태로 집을 떠나 임시 거처인 버뱅크의 호텔에서 현재 초·중·고교에 다니는 세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씨는 20마일 이상 떨어진 포터랜치 지역 아이들 학교까지 매일 라이드를 해주는 게 고역이다.
평소 같았으면 아내와 함께 아침 7시에 기상해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한 뒤 집 근처의 사무실로 출근하면 됐지만 개스누출 사태로 졸지에 호텔을 떠도는 상황이 되다 보니 하루 일과가 2시간이나 일찍 시작되는 데다 벌써 3주일째를 맞고 있는 호텔과 매식 생활이 지긋지긋하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음식 솜씨가 좋은 아내의 손맛도 그리운데다 특히 아이들이 건강식을 먹지 못해 살도 많이 찌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특히 얼마전부터 천식 증세를 보이는 둘째의 건강이 가장 걱정이다. 어서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샌퍼난도 밸리 지역 내 한인 최대 밀집지 중 하나인 포터랜치 인근에 위치한 개스저장 시설에서 천연개스 누출사고가 발생한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악취와 건강 이상증세 때문에 호텔 등 임시 거처로 옮겨서 생활을 하는 한인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포터랜치에서 킹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새라 톨 관장이 개스누출의 여파로 등록생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한인타운에 직장을 둔 자녀가 없는 젊은 직장인들의 경우 타운호텔 및 고급 콘도에 임시거처를 두고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개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역이나 인근 학교에 자녀들이 재학 중인 가족들의 경우는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직후인 11월말 할리웃 지역의 호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이모씨는 “아직 미혼인데다 직장이 다운타운이라 다행히 잘 적응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스 컴퍼니는 자사의 웹사이트에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임시거처 이전 등 주민들에 대한 지원 가이드라인을 공시한 뒤 대행사를 통해 개별적으로 청구한 금액에 대한 환급을 해주고 있지만, 그나마 환급이나 임시 거처를 구하는 과정에서 대행사를 잘못 만날 경우 호텔비 및 식비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 아직도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한인 주민들도 있다.
호텔 이주자의 경우 가족수 대로 1인당 한끼 식사비가 15달러씩 직접 지급되고 호텔비 등은 개스 컴퍼니 측에서 내주지만, 아파트나 콘도로 임시 거처를 옮긴 주민들에 대해서는 이마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5년부터 포터랜치에 거주하다가 개스누출로 인해 지난 12월 버뱅크 지역의 호텔로 임시거처를 옮긴 또 다른 한인 김모씨는 “호텔 비용과 식비를 2주에 한번 환급을 해준다고 하는데 지인들 중에 한번도 청구한 비용을 환급받지 못한 경우도 있더라”고 전했다.
운이 좋게 LA 한인타운 인근의 아파트에 임시 거처를 구한 한인 최모씨의 경우는 이웃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 가끔 포터랜치 집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처음에 고급 아파트를 구해줘서 고마웠는데 옆집 소음으로 인해 한 번 이사를 했으나 또 이웃집에서 계속되는 파티와 마리화나 연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필요한 물건을 픽업하기 위해 포터랜치 집에 갔다 이웃들 생각에 그냥 자고 올 때도 있다. 하루 속히 개스누출 사태가 진정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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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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