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년 5월 18일 시카고에서 열린공화당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1,000개의 기관차 경적 소리, 10 에이커 넓이의 호텔 종소리 속에 복마전의 도깨비 전위대가 이끄는코만치 인디언 부족들이 섞여들어도아무도 눈치를 못 챌 정도였다”고 한방청객은 적었다.
이런 소란 속에 뉴욕의 윌리엄 수워드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제일 유력시 됐지만 몇 차례에 걸친 대의원 투표에서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그가 후보가 되는 것이 어려워 보이자군소 후보 지지자들은 생각을 바꿔혜성 같이 떠오르던 공화당의 신인 정치인에게 몰표를 줘 당선시켰다. 그가바로 에이브러험 링컨이다.
링컨은 본선에서 노예제를 놓고 남북으로 갈라진 민주당이 두 명의 후보를 내는 바람에 무난히 당선됐다. 링컨은 그 후 4년간의 남북 전쟁을 승리로이끌며 미국의 분열을 막고 노예를 해방시키는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1860년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을 때만 해도 이를 내다 본사람은 없었다. 공화당 자체가 불과 6년 전만도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신생정당이었다.
1850년대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토마스 제퍼슨 등이 세운 민주당이 독주하던 때다. 민주당의 라이벌로 두 번째 대통령인 존 애덤스 등이 몸담고있던 연방당은 19세기 초 와해 됐고그 뒤를 이은 휘그당도 1840년대 들어서는 궤멸 직전이었다. 그 때 불같이 일어난 것이 소위 반이민을 기치로내건 ‘무지 몽매당’ (Know NothingParty)이었다.
당시 미국은 전체 인구의 2%에 달하는 40만 명의 이민자들이 매년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대부분 아일랜드와 독일 가톨릭이었던 이들 이민자는 저소득층 노동자들과 개신교도들의 극심한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노동자들은 이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낮출 것을 우려했고 개신교도들은 이들이 미국보다 교황에게 더충성할 것을 걱정했다.
‘무지 몽매당’ 지도부는 자신들의이런 생각이 부끄러운 줄은 알았던지당원들에게 누가 당의 주장이나 조직에 대해 물으면 무조건 “모른다”고 답하라고 지시했다. ‘무지 몽매당’이란이름은 그렇게 생겨났다.
이 당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것이‘ 자유 토지당’ (Free Soil Party)이다.
남부 노예제에 반대하던 이들은 북부와 새로 태어난 서부 주들에 노예제가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이 당을 만들었다.
이 두 당에다 사라진 휘그당의 잔당들이 연합해 만든 것이 공화당이다.
처음부터 링컨과 노예 해방이란 긍정적 가치와 반이민과 개신교 이외의 종교를 적으로 돌리는 배타적 성향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기독교가 세운 미국이지만 가톨릭대통령이 건국한지 200년 가까이 지난 1960년에서야 민주당에서 탄생한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 미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 노예를해방한 링컨이나 불법체류자를 사면한 레이건 같은 ‘좋은 공화당’은 사라지고 반이민과 배타적 세계관에 찌든‘나쁜 공화당’만 남은 느낌이다. 회교도의 입국을 아예 불허하고 테러리스트 가족까지 죽이자는 정신 나간 도널드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그와 당내 경선에서 2, 3위를 다투는 테드 크루즈나 벤 카슨도 기본적인 정서는 트럼프와 거기서 거기다.
160년 전‘ 무지 몽매당’ 지지자들은이민자 유입으로 일자리를 뺏기고 가톨릭이 교황의 지령으로 미국을 뒤엎을 것을 우려했는데 요즘 공화당 지지자들도 비슷하다. 단지 증오의 대상이교황과 가톨릭 대신 테러를 사주하는극렬 회교 집단의 지도부와 회교도로바뀌었을 뿐이다.
다행히도 당시 공화당은 링컨 같은위대한 지도자를 뽑아 무지 몽매한 인간들을 잠재우고 위대한 미국 건설에이바지 했다. 지금 공화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그런 일을 할 가능성은 거의없어 보인다. 미국 정치가 발전만 하는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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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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