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기본 업무는 여유 있는 사람의 돈을 보관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에빌려준 뒤 이자를 받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일이 시작된 곳은 기원 2,000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국가로보고 있다. 곡물을 창고에 쌓아둘 수있었던 부유층이 이를 상인들이나 농민들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금융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은 14세기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다. 당시 최고 부자로 문화 예술 사업의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도 금융업으로 부를 쌓았다.
영어로 은행을 뜻하는 ‘bank“도 어원을 따져 보면 ’테이블‘이라는 뜻의 ’banco‘에서 왔다. 당시 이탈리아의 대부업자들이 테이블을 차려놓고 업무를 봤기 때문이다. 파산이라는 뜻의 ’bankruptcy’라는 단어도 원래는 ‘부서진 테이블’이라는 뜻인데 사업이 망하면 테이블을 부수는 관습해서 유래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길거리에다 테이블을차려 놓고 금융 업무를 시작해 초대형 기업으로 큰 사례가 있다. 바로 현재 자산 규모 2조1,000억 달러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뱅크 오브 아메리카’ (BOA)가 그곳이다.
BOA는 1904년 샌프란시스코에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아마데오쟈니니가 세운 ‘뱅크 오브 이탈리’가그 모체다. 어려서 아버지가 직원과의불화로 총에 맞아 죽은 뒤 의붓아버지밑에서 자란 그는 미 주류 은행이 이민자들과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착안, 이민자들을 위한 은행을 차렸다.
1906년 대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건물과 가게가 엉망이 됐을 때 그는은행에 보관돼 있던 현금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빼돌린 후 그야말로 길거리에서 나무통에 판자를 올려놓고 은행업무를 봤다.
대지진으로 인한 극도의 혼란 속에주류 은행들이 손을 놓고 있을 때 쟈니니는 적극적으로 론을 해줬고 절박한 자금 사정으로 문 닫기 일보직전까지 간 업주들은 모두 그에게 몰려가도움을 받았다. 이 때 쌓은 신용과 믿음이 이 은행 도약에 결정적 역할을했음은 물론이다.
이 은행은 1928년 LA에 본부를 둔BOA와 합병을 했고 이름도 BOA 전국 트러스트 & 세이빙스 협회로 바꿨다 나중에 BOA로 다시 바꿨다. 80년대 들어 은행업의 타주 진출을 금지한법이 바뀌자 BOA는 콘티넨털 일리노이 등 타주 은행들을 인수 합병하며급속히 성장했다. 1958년 지금 크레딧 카드의 대명사가 된 비자카드의 전신인 뱅크아메리카드를 처음 만든 것도 BOA다.
지난 주 LA 한인 사회 최대 은행인BBCN과 윌셔가 합병을 발표했다. 새롭게 탄생하는 은행은 9개 주에 걸쳐123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미주 최대한인 은행이 될 전망이다. 관계자들은중복 지점 폐쇄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영 효율화로 연 4,200만 달러의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BBCN은 중앙과 나라가 합쳐 만든은행이고 나라의 전신은 미주 은행이다. 90년대 초 당시 한인 최대 은행이던 한미와는 비교초자 되지 않고 경영 부실로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미주가 나라로 변신해 살아나더니 중앙과 합치고 이제 윌셔까지 더 해 한인최대 은행이 되려 하고 있다. 반면 한미는 BBCN과의 합병에 실패하면서한인 금융계 주도권 싸움에서 불리한위치에 놓이게 됐다. 격세지감이 없을수 없다.
한인 경제의 성장과 함께 한인 은행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23억 달러는 한인 사회로 보면 큰 규모 같지만 BOA의 1/200 규모고 같은 이민자 은행인 이스트웨스트와 비교해도 1/3수준이다. BOA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이민자 사회에서 시작했다고 이민자 사회에만언제까지 남아 있으라는 법은 없다.
BBCN과 윌셔의 이번 합병이 한인커뮤니티는 물론 미 주류 사회에 우뚝 서는 한인 대형 은행 탄생의 서막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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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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