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음 시작한 것은 노무현이다. 그는 2006년 1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미국과도 자유 무역 협정을 맺어나가야 합니다”라며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노무현은 이를 위해 미국 측이 요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스크린 쿼터 축소 등 4개 선결 조건을 수용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극심했다. 한국 영화인들은 “스크린 쿼터를 축소하면 한국 영화는 다 죽는다” “문화는 교역 대상이 아니다”며 삭발을 하고 거리로 뛰쳐나왔고 최민식 등은 그동안 받았던 훈장을 정부에 반납했다.
이 정도는 양반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현실화되자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한국민이 멸종된다”는 유언비어가 돌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다우너 병에 걸린 소를 광우병 소로 둔갑시켜 광우병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했고 여중생을 비롯 흥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광화문 일대는 몇 달째 마비됐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2011년 12월 한국 국회는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때도 민주노동당의 김선동 의원은 국회 안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소동을 벌였다. 이로 인해 김의원은 FTA 반대자들로부터 “21세기의 안중근”으로 추앙됐고 한미 FTA를 추진한 김종훈 교섭 본부장 등은 “신 을사5적”으로 매도됐다.
비준안이 통과됐는데도 FTA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노무현 밑에서 총리를 지내며 한 때 ‘한미 FTA 전도사’로 불렸던 한명숙은 야당 대표가 된 후 태도를 180도 바꿨고 야당 의원들은 주한 미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폐기를 주장했다. 그 해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참패했기에 망정이지 이겼더라면 한미 FTA의 운명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한미 FTA 반대자들은 이것이 시행되면 의료비가 치솟아 환자들은 길거리로 나앉고 농민들은 유랑걸식을 하게 된다며 불가론을 펼쳤고 노무현 밑에서 통일부 장관을 한 정동영은 그 때까지 잘 들어보지 못했던 FTA 안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ISD) 조항을 들고 나와 FTA는 매국 조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광우병 난동이 벌어진 지 7년이 지난 지금 수천만 명의 한국인이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었지만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망한다던 한국 영화는 거꾸로 할리웃 영화를 몰아내고 있으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대부분은 스크린 쿼터가 축소된 후 나왔다. 또 한미 FTA가 발효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유랑 걸식하는 농민도, 길거리에 나앉은 환자도 없고 한국의 대미 농산물 수출액은 35%가 오히려 늘어났다. ISD 조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 독립 국가로 남아 있다.
2014년 현재 한국의 미국과의 교역량은 전년에 비해 11.6% 증가했고 한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2년 2.59%, 2013년 2.75%, 2014년 2.97%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자동차, 전자, 가전제품 등 분야에서 한국의 주요 경쟁국인 일본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2년 6.43%, 2013년 6.11%, 2014년 5.71%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일본과의 싸움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일 한중 FTA 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중국은 한국 최대 교역국으로 작년 교역 규모가 2,3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한미, 한EU FTA 규모의 4배에서 5배에 이른다. 흥미로운 것은 그 어마어마한 파장에도 불구하고 최루탄도, 촛불 시위도, 삭발행진도 없이 서울 시내와 국회는 평온하기만 하다. 어찌된 일일까.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FTA 반대자들이 주장하던 것 중 들어맞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시간을 이기는 거짓은 없다. FTA 반대자들과 그들의 주장은 세월이 가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더 이상은 거짓 선동가들의 허황된 주장에 현혹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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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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