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방 국경일인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꾸는 도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오클라호마 주 애너다코, 오리건 주 포틀랜드,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등 9개 도시가 콜럼버스 데이의 이름을 원주민의 날로 바꿨다.
워싱턴 주 시애틀은 작년에 이미 이름을 변경했고 오클라호마 주 오클라호마시티도 개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인 콜럼버스데이는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1492년 10월 12일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콜럼버스데이는 1937년 미국 연방 국경일로 지정됐으나 이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원주민을 미리 기억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회의적 시각이 나왔다.
하와이, 알래스카, 오리건, 사우스다코타는 콜럼버스데이를 아예 인정하지 않았고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는 처음으로 1992년 원주민의 날로 이름을 바꿨다.
콜럼버스의 탐험으로 아메리카 대륙이 노예제도, 원주민 학살, 문화 파괴로 시달리는 계기가 됐다는 역사학자들의 해석과 함께 개칭은 더 확산하고 있다.
앨버커키 시의회는 "원주민의 날은 아주 먼 옛날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사상, 문화, 기술을 존중하기 위한 날"이라고 선포했다.
미국 사회의 원주민 공동체들은 오랜 한을 푼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움직임에 반색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따르면 유럽의 침탈과 함께 미국 원주민의 90%는 질병, 전쟁 등으로 사망했고 그 여파로 지금도 원주민의 무려 25%가 극빈층이다.
앨버커키에 사는 원주민 닉 에스테스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원주민의 날은 그냥 선언이 아니라 뭔가 거대한 것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개칭 운동이 원주민 권리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 전환이나 원주민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한편에서는 미국 원주민들의 시련을 이해하지만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콜럼버스의 업적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매년 10월이 되면 콜럼버스 데이를 맞이해 대규모 집회를 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그런 견해를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계 활동가인 랄프 파치텔리는 크리스턴사이언스모니터 인터뷰에서 "원주민을 기념하는 의도는 좋지만 콜럼버스데이를 개명하는 것은 도의적 공정성 차원에서는 너무 나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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