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말하지 마’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차이코프스키, 레너드 번스타인,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말론 브란도, 몽고메리 크리프트, 그레타 가르보, 제임스 딘, 조디 포스터, 밴 클라이번, 블라디미르 호로위츠, 엘튼 존, 조운 바에즈, 자니 마티스, 레이디 가가, 크리스티안 디오르, 입생 로랭, 빌리 진 킹(테니스 선수), 마가렛 조(한인 코미디언)…
게이와 레즈비언인 이들 명사는 타고난 성향(性向, sex orientation)을 애써 숨겼다. 동성애가 죄악시됐었기 때문이다. 이젠 팀 쿡(애플 CEO)처럼 ‘커밍아웃’(자진 고백)하면 영웅대우를 받는 세상이다. 육사출신 한인장교 댄 최는 동료 게이들이 군 입대에 차별받지 않도록 소위 ‘묻지 않고 말하지 않기(Don’t Ask, Don’t Talk)’ 캠페인에 앞장서 영웅으로 떴다.
요즘 한국에선 메르스로 불리는 중동독감 때문에 사회전체가 까무러칠 지경이다. 그런데, 미국사회도 열흘 후면 일대 혼란에 휩쓸리게 된다. 메르스 때문이 아니다. 연방 대법원이 연방헌법 제 14 수정조항에 따라 각 주 단위가 아닌 전국을 기준으로 동성결혼의 합법여부를 최종 판결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판결나든 혼란이 일어나는 건 명약관화하다.
여론조사에선 판결이 합법화 쪽으로 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거간의 연방법원 판례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쪽이었다. 이미 36개 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 했다. 가톨릭 국가인 이웃 멕시코 대법원도 지난주 슬그머니 동성결혼 승인판결을 내렸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선 합법화 됐고,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도 합법화 채비를 서두르는 중이다.
사면초가의 동성결혼 반대진영은 항전태세도 그만큼 결사적이다. 릭 스카보로 목사가 이끄는 ‘결혼수호’ 단체는 대법원의 합법판결을 결단코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릭 샌토럼과 마이크 허커비를 포함한 4만4,500여명이 ‘투옥과 벌금을 각오하고’ 이 선언에 참여했단다, 요즘 한인들 사이에도 캠페인 동참을 촉구하는 이메일이 나돌고 있다.
오는 29일 아니면 30일에 나올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 사안을 다룬다. 법의 동등한 보호를 보장한 14차 수정헌법에 따라 주정부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것인지 여부와, 합법화된 타주에 주민이 가서 치르고 온 동성결혼을 인정해 줘야 하는지 여부이다. 미시간‧오하이오‧켄터키‧테네시 등 4개주에서 상고된 유사한 내용의 위헌 케이스 6건을 뭉뚱그려 다룬다.
예상대로 합법판결이 내려지면 현재 동성결혼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는 주정부들도 동성결혼 자체는 합법행위로 인정해야한다. 소셜시큐리티와 배우자 의료보험 커버 등 연방정부가 일반 부부들에게 제공하는 1,138가지 혜택을 전국의 모든 동성부부도 받게 된다. ‘결혼은 남녀간만의 결합’임을 신봉하는 기독교계와 보수계의 결사항전이 전국을 달굴 터이다.
불법판결이 내려져도 역시 복잡해진다. 현재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16개 주는 대법원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미 결혼한 동성커플들도 계속 부부로 인정받는다. 아직 짝을 못 이룬 동성애자들만 왕따 당하는 셈이다. 이들이 가만 있을리 없다. 그동안 연방판사의 위헌판결로 동성결혼 금지법을 폐기했던 20개 주의 의회들은 이를 서둘러 복원시켜야 한다.
호모섹스가 빛을 보는 추세지만 여전히 캄캄한 곳이 있다. 인도에선 동성애자를 일종의 ‘사이코’로 취급하고 이를 치료한다며 게이는 자기 어머니와 강제로 성교시키고 레즈비언은 사촌들이 강간하는 패륜사태가 빈발한다. 탈북자 장영진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게이임을 북한에선 몰랐다며 북한의 게이들은 동성애가 뭔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대법원 합헌판결이 동성애자들에 해피엔딩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아직도 17개 주에서 고용주들이 게이 직원을 맘대로 해고할 수 있고, 전국의 과반 주에서 임대업주들이 게이 입주자를 내쫓을 수 있다. 미국 전체국민의 43%가 동성결혼을 반대한다. 호모섹스를 까놓고 말하는 건 망측하다. ‘묻지 않고 말하지 않는 수준’에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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