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취재/ 끊이지 않는 인터넷 다단계 투자사기
영어.물정에 취약한 한인 50.60대 주타깃
노인아파트.교회 등 공략시 쉽게 전퍄
투자 전 수익경로 등 리서치 과정 거쳐야
“이번엔 진짜야. 한 달에 5,000달러는 거뜬히 손에 쥘 수 있을거야…”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 거주하는 한인주부 정모(44·여)씨는 얼마 전 인터넷 사업에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이미 3년 전 지크리워드라는 인터넷 다단계 폰지 사기에 걸려들어 애지중지 모았던 1만 달러를 잃는 ‘아픔’을 겪었던 그녀이기에 딱 잘라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지인의 말에 잠시 흔들렸다.
정씨는 “그렇게 당하고도 사람들은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멀어 여전히 인터넷 다단계 투자에 솔깃하고 있다”며 혀를 찼다.
뉴욕·뉴저지 한인사회는 지난 2012년 몰아닥친 지크리워드 인터넷 다단계 투자사기 폭풍으로 수천명이 피해를 입은데 이어 2년 뒤 터진 ‘썬라이즈’ 불법다단계 업체 폐쇄 사건으로 또다시 수 백명 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금전 손실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그럼에도 인터넷 다단계 투자 사기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채 은밀하게 한인사회에 침투해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근절되지 않나=전문가들은 한인사회가 불법 다단계에 노출되기 쉬운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상대적으로 영어가 부족하고, 인터넷 접속 등의 어려움으로 소위 ‘요즘 물정’에 취약한 중·장·노년층이 한 곳에 모이는 기회가 많다는 것.
예를 들어 노인 아파트나 교회, 친목모임 등을 상대로 공략할 경우 예상외로 쉽게 전파된다는 게 피해 경험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선임 투자자’가 하위 투자자의 돈을 챙기는 ‘피라미드’식 구조를 갖추고 있는 다단계의 특성상 주변에 ‘누가 돈을 크게 벌었다더라’ 식의 소문은 삽시간에 같은 조직에 있는 한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
타깃이 주로 50~60대에 맞춰져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단계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크리워드 사태 피해자인 50대 김모씨는 “먹고 살기가 힘든 상황에서 좋은 돈벌이가 있다는 말이 기쁘게 들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만큼 불법 다단계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깊은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실례로 한 교회는 모 장로의 주도 하에 교인 약 100명이 지크리워드에 투자를 했다가 교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특히 한 가정은 부인이 남편 몰래 수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몽땅 날리면서 가정생활이 파탄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피해 방지책은 없나=불법 다단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큰돈을 무턱대고 투자하기 보단, 투자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구전’으로만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하는 불법 다단계의 경우 이 같은 몇 가지 질문을 해 보면 대부분 허술한 면이 들통 나게 돼 있다.
온라인 홈쇼핑 웹사이트를 회원들에게 임대해 수익을 창출을 이룬다고 홍보했던 썬라이즈의 경우, 판매되는 물품의 종류가 일반적인 온라인 샤핑 업체 ‘아마존’이나 ‘이베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썬라이즈로 향하는 ‘링크’에 불과한 웹사이트를 부여받은 회원들은 판매수익의 상당부분을 챙길 수 있다는 허황된 말을 믿고 돈을 건넸다. 주변에서 썬라이즈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어도 ‘의심’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썬라이즈에 돈을 투자할 뻔 했던 한 한인은 “나에게 투자를 권유한 사람이 큰 돈이 입금된 명세서를 보여주기에 속아 넘어갈 뻔 했지만 이곳저곳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사기’라는 결론을 얻어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스티브 이 뉴저지주 검찰청 소비자보호국장 대행 역시 ‘다단계 문제’와 관련해 “돈을 투자하기 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리서치(조사)”라고 강조했다.
이 국장 대행은 이어 “정상적인 회사는 투자 목적이 무엇인지 충실하게 설명을 하고 매월 투자된 돈의 수익률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투자자에게 주고 있다”면서 “과도한 수익을 주는 회사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무조건 의심부터 하라”고 권했다.
한편 뉴저지주검찰청소비자보호국은 23일 오후 7시 뉴저지한인회관에서 끊이지 않는 다단계 사기 등 한인사회의 각종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세미나를 연다.<함지하 기자>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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