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될 게 따로 있지…
국민(초등)학생 땐 나도 꽤 짓궂었다. 학교 느티나무 가지에 붙은 매미를 동무들과 잡아 다리를 다 떼어내고는 책상 위에 눕혀놓고 울어보라며 고문했다. 방죽거리에서 잡은 말잠자리의 꽁지를 자르고 대신 밀집 대를 끼워주고는 “장가갔다”며 날려 보냈다. 꽃에 앉은 땅벌을 고무신 안쪽에 낚아채 독침을 뺀 후 손바닥에 올려놓고 여자 아이들 앞에서 으스댔다.
그 정도는 약과다. 내 친구는 청년이 돼서도 얄개 짓을 했다. 뱀을 잡아 토막을 낸 후 기름에 튀겼다. 저녁 때 마을 성당 수녀들이 미사를 마치고 식당에 모이자 친구는 뱀 요리를 가져가 “장어튀김 맛보시라”며 권했다. 멋모르고 뱀을 먹은 수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토악질했다. 한국이 가난했던 그 당시 시골사람들에겐 뱀이 보신탕 못지않은 영양식품이었다.
천진난만했던 우리의 얄개 짓과 달리 천인공노할 악마의 얄개 짓으로 요즘 LA 한인사회가 충격에 빠져 있다. 최초 유일의 한인 연방 상원의원(김창준)을 배출한 다이아몬드 바에서 지난주 시어머니를 살해한 며느리가 체포됐다. 경찰은 그녀의 차 안에 “사람의 사체를 담은 비닐봉지가 여러 개 있었다”고 밝혔다. 시어머니 사체를 뱀처럼 토막 냈다는 얘기다.
악마의 주술에 홀리지 않고는 여자가 할 수 없는 짓거리다. 피붙이는 아니라도 몇십년을 함께 살며 어머니라고 부른 노인을 죽인 것 자체가 충격이다. 그 다음 장면들을 상상하는 건 전율이다. 칼과 전기톱으로 허리를 동강내고 목과 사지도 절단했을 터이다. 피바다가 된 방에서 시체토막들을 거둬 차에 싣고 도망치며 증거인멸을 위해 집에 불도 질렀다고 했다.
우연이겠지만 최근 토막 살인사건 보도가 잇따랐다. 지난 2월 타코마 한 주택가 뒤의 낭떠러지에서 히스패닉 청년의 토막시체가 든 나일론 백이 발견됐다. 허리가 잘려 있었다. 경찰은 청년을 집단 강간하고 욕조에 머리를 처박아 익사시킨 후 사체를 토막 낸 30~40대 게이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사체를 이틀간 차고에 놔뒀다가 냄새가 나자 버렸다고 했다.
그보다 조금 먼저인 1월 말 샌프란시스코의 한 도로에서 토막시체가 든 옷가방이 발견됐다. 가방에는 본체만 들어 있었고 다른 절단부위들은 반 블록 떨어진 길가의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피살자의 전 룸메이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는데 그는 사체가 발견된 후 마약남용으로 죽었다. 피살자의 신원은 확인됐지만 용의자가 죽는 바람에 미제 사건이 됐다.
지난주에는 앨라배마주 체로키 카운티의 시골 도로변에 사체 토막이 널려 있다는 신고가 셰리프국에 쇄도했다. 경찰은 이 도로의 10여 마일 구간에서 흩어진 사체 조각들을 수거했다며 피살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실종신고 된 마을 사람 같다고 했다. 살인 용의자로 60대 주민이 체포돼 보석금으로 100만달러를 책정 받았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토막 살인사건의 고전은 1947년 LA를 발칵 뒤집었던 ‘검은 달리아’ 케이스이다. 영화배우 지망생으로 식당 웨이트리스였던 ‘검은 달리아’(본명 엘리자베스 쇼트, 당시 22)의 나체 시신이 그해 1월 한 공터에서 발견됐다. 사체는 피가 모두 빠진 채 허리가 동강나고 다른 부위들도 토막났지만 포즈가 묘했다. 이 사건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LA를 다시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이번 한인 고부간의 토막살인 사건은 이민연륜 1세기를 넘긴 한인사회가 흉악범죄에서도 주류사회에 동화됐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선 시도 때도 없이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서부 개척시대처럼 먼저 총 쏘는 사람이 장땡이다. 이런 세태에 그 한인 며느리가 물들었다면 비극이다. 그 집안은 한인사회가 알아주는 명가라고 했다.
우리 선조는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가르쳤다. 자기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털끝 하나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이젠 자기 몸의 보전은커녕 몸을 물려준 부모를 죽이는 세상이 됐다. 한인 이미지도 훼손됐다. 그런 역할이라면 8년전 이맘때 버지니아 공대에서 33명을 사살한 조승희와 고모부를 총살한 김정은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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