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때 한국 담배 갑에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던 적이 있었다. 이 문구는 적당히 담배를 피우는 것은 괜찮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전매청이 국민 건강보다 담배 판매 수입을 먼저 생각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어떤 단어 앞에도 ‘지나친’ 자를 넣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운동은 좋은 것이지만 ‘지나친’ 운동은 건강을 해치고 비타민은 필수 영양소지만 ‘지나친’ 비타민 섭취는 오히려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지나친’이란 단어가 들어간 주장은 별 의미가 없다. 뭐든지 지나쳐서 좋은 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최저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과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연방 최저 임금은 시간당 7달러25센트, 가주는 9달러인데 근로자들이 최소한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이를 최소 15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애틀은 작년 6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15달러 인상안을 통과시켰고 샌프란시스코도 지난 1월 2018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안이 시행됐다. LA시는 2019년까지 최저 임금을 15달러25센트로 올리는 안을 추진 중이다. 가주 최저 임금도 내년 1월부터는 시간당 현 9달러에서 10달러로 오르게 된다.
최저 임금 인상 지지자들은 지나치지 않은 최저 임금 인상은 비즈니스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뿐더러 근로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올려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지나친 임금 인상이 나쁘다는 것을 아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러나 소폭 임금 인상이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은 그것이 소폭이기 때문이다. 소폭이든 대폭이든 임금이 올라가면 비즈니스 비용은 늘어나고 업주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업주들의 대응은 세 가지다. 묵묵히 직원들의 봉급을 올려주거나 풀타임 직원을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신규 채용을 억제해 인건비를 줄이거나 아니면 이를 가격 인상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동안 장사가 잘 돼 쌓아놓은 돈이 많은 대기업은 더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기업의 절대 다수는 스몰비즈니스고 이중에는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올리면 문을 닫거나 직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하는 업소도 많다. 지금도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식당들 가운데는 이런 고비용을 부담하느니 폐업을 선택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만약 최저 임금을 15달러가 아니라 100달러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을 것이다. 연방 최저 임금을 현행 7달러에서 10달러로만 올려도 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연방 회계국 보고서가 있다.
그럼에도 최저 임금 인상은 늘 인기 있는 이슈다. 임금을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보다 늘 많기 때문이다. 자기 월급이 오르는데 싫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런 유권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은 주기적으로 이 이슈를 들고 나온다. 남의 돈으로 인심 쓰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
70년대 이후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소득을 그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 등 테크놀로지 발달로 인한 자동화와 임금이 싼 제3세계로의 공장 이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뾰족한 해법은 당장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착각이다.
최저 임금을 올리면 기존 근로자 일부는 혜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쓰는 실업자들이 취직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고 소비자들도 지금보다 비싼 값에 물건과 서비스를 사야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최저 임금 인상이 경제에 좋기만 한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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