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1월의 어느 날 아이가 타겟푸드 코트에서 파는 음식을 사먹고 싶어 해서 타겟에 갔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안 되는 영어로 몇 가지를 주문했는데 계산이 끝났는데도 직원이 영수증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제대로 주문이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었다. “익스큐즈 미, 리싯 플리즈.” 직원이 “왓?” 하고되물었다.
난 그 소리에 주눅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런데 그 직원의 답은 또 “왓?”이었다. 내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계산이 끝났으면 영수증을 주는 것이당연한데 왜 계속 “왓?”을 외치는지 그 직원이 원망스러울따름이었다. 내 뒤에는 어느새 서너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있었다. 내 얼굴이 점점 달아오는 걸 느끼면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그 직원이 또 “왓?”을 내뱉었다.
그때였다. “리싯, 플리즈!”라고 외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줄 맨 뒤에서 울렸다. 난 그 순간 무슨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며 나를 도와준 고마운 아저씨께 외쳤다.”땡큐!” 그 아저씨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큰 목소리로 “유아 웰컴”이라고 받아주었다. 내 뒤에 줄을 서있던사람들 모두가 우리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그 순간 달아올랐던 내 볼은 가라앉았고 타겟 직원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 때 처음으로 외국인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자신감도 조금 생겼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의사소통이 언어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월이 되어 내가 미국 온 지 얼마나 되었나 햇수를 세어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오른다. 그 아저씨의 따뜻한 웃음도 생각나고 나의 “땡큐!” 소리도 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별일아닌 것 같지만 그런 사소한 일들이 나에게 힘을 주었고 그때의 경험이 나를 또 한번 성장하게 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내가 미국에 왔던 그 해는 참 추웠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미국이 춥지가 않다. 1월의 어느 날을 생각할 때마다 그아저씨의 따뜻한 미소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1월은 아직도 나에게 가슴이 저릿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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