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우리 시대의 우화라 불릴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발단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에서 불이 나면서 시작됐다. 화재 복구 작업을 하던 인부들은 붙박이장 안에 묻혀 있던 시가 65억 원 상당의 금괴130여개를 발견했고 하나 씩 나눠가졌다.
그러나 욕심이 난 인부 조 모씨는밤에 동거녀와 사무실에 들어와 남은 금괴를 모두 챙겼다. 조씨는 이를팔아 벤츠를 사고 흥청망청 유흥비로 쓰며 즐거운 인생을 살았다. 조금만 조심했으면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텐데 뜻하지 않은데서 문제가 생겼다. 돈을 잘 쓰는 조씨에게 새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다. 조씨는 새 애인과 잠적했고 분노한 동거녀는 경찰에 신고했다. 조씨는 결국 붙잡혔고 그 바람에 신고한 동거녀와, 같이 금괴를 훔친 인부들까지 모두 절도 혐의로 입건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편 정작 금괴의 주인들은 도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금괴는 강남의 재력가 박모씨가 가족도 몰래 숨겨놓은 것으로 갑자기 치매에 걸리는바람에 이를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사학 법인 설립자로 수천 억대 재력가인 박씨는 평소 “믿을 것은 금밖에 없다”며 돈이 생기는 대로 금으로 바꿔 숨겨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단은 각종 비리로 노조의 고발을 당한 상태고 박씨의 아들은 5년간 법인카드로 수천 만 원을 성매매 업소에 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으며 다른 아들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어머니와 소송까지 벌여 승소하기도 했다.
박씨가 어째서 금밖에 믿을 것이 없다며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짐작이 간다.
결국 박씨가 살아생전 그토록 애지중지 했던 금괴는 인테리어 업자의 유흥비로 탕진되고 이 업자와 동거녀, 동료들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경찰은이들에게서 되찾은 금괴와 남은 돈을 가족들에게 되돌려 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돈을 받은 박씨의 7남1녀와 아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안 봐도 뻔하다.
지금 한국은 승무원이 마카다미아 견과류를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다며 이륙하려던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려놓고 떠난 대한항공 ‘땅콩 조현아’ 이야기로 시끄럽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맏딸이란 이유만으로 회사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조현아 스캔들은 한국 재벌 2세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대다수 한국민이 부의 양극화에 신음하며 바둑의 미생마처럼 생사의 기로에서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고 있는 지금 조현아의 이런 행동은 울고 싶은데 따귀를 때리고, 불이 붙으려는 장작에 땅콩을 갖다 부은것이나 다름없다.
조현아도 처음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상사가 아무리 비인격적인 대우를 해도 참으며 사는 직장인들을 종처럼 부리는 인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재벌의 자식으로 자라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굽신거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차츰 자기는 별난 사람이고 남들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괜찮다는 착각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창업자의 2세만 돼도 어려서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을 하며 가업을 일으켜 세웠나 본 기억이 있어 세상 물정과 보통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를 한다. 그러나 3세에 접어들면 그런 기억은 처음부터 없고 돈은 나무에서자라는 것쯤으로 알게 된다. “3대 가는 부자가 없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제일 돈이 많다는 한 집안은 지금 가장이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고 자식은 둘이 이혼을 하고 하나는 자살했으며, 가장형제끼리는 원수사이고 조카까지 스스로 숨을 끊었다. 재벌 2세로 태어난다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막연한 환상 속에 이를 부러워한다.
자식에게 큰돈만 물려주고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이는 자식 인생을 망치기로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려주는 돈의 액수가 크면 클수록 그 무게는 보통 인간이 견디기 힘들다. 벽장에 금괴를 숨겨 놓고 치매로 죽은 어떤 노인과 조현아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 모두가 새겨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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