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에서 포장 김치를 사가지고 왔다. 우리 식구들은 약간 익은 김치를 좋아하기 때문에 김치를 익혀서 먹으려고 그릇을 김치 봉지 밑에 받쳐 놓았다. 혹시나 김치 봉지가 샐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김치가 적당히 익기 시작하면 김치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봉지가 적당히 부풀어 올라 그 새콤한 김치 향을 잘 잡아 놓을 것이다.
나는 그 때를 잘 맞춰 김치를 통에다 옮겨 담으면 될 터였다. 내가 김치를 가끔씩 들여다볼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김치가 점점 익을수록 김치 봉지는 풍선이 커지듯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와서 간식을 챙겨주고 집안일을 좀 하다 보니 김치를 살펴 보는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내가 김치를 살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김치는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릇 어디에도 김치가 샌 흔적도 없었고 별 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치를 들어올렸을 때 난 깨달았다. 내가 때를 놓쳐 김치 봉지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김치 국물이 봉지의 제일 약한 부분을 뚫고 새고 있었다는 것을……그리고 받쳐 놓은 그릇과는 전혀 무관한 듯 김치 국물은 싱크대를 적시고 식기 세척기를 타고 마룻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집안에 김치 냄새가 진동을 했을 텐데 이미 김치 익는 냄새에 익숙해져 버린 내 코는 무뎌져서 그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떨어진 김치 국물을 닦으며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타이밍을 놓치고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나는 사람들과의 타이밍, 그리고 삶에 중요한 타이밍을 나도 모르게 혹은 알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과의 타이밍은 한번 놓치면 사람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모르게 놓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인생의 중요한 타이밍을 놓쳐 먼 길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들의 “무슨 일에든 다 때가 있다”라는 말씀이 점점 내 가슴에 다가온다. 정말로 무엇이든 알맞은 때가 다 있는 것 같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때가. 그 때를 놓치지 않게 위해서 무엇이든 집중하고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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