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과자들이 SNS 위력을 타고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소유진 SNS
’TV광고보다는 입소문?’업계에서는 통상 제과류의 승패는 광고량에 달렸다는 가설이 있다. TV 광고 노출이 많을 수록 그만큼 매출이 뛴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업체의 동종 스낵류보다 월등히 맛이 뛰어난 제품을 내놓기 어려운데다, 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에 변별력이 금세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별다른 광고가 없어도 돌풍 수준의 인기를 얻는 감자칩이 화제다. 해태제과의 신제품 ‘허니버터칩’이 그것이다. 해태제과가 지난 8월 새롭게 출시했는데 기존 ‘짠’ 감자칩과 달리 고메버터와 꿀이 들어간 고소한 맛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 제품은 9월 말 기준 CU 스낵 판매 순위 21위였으나 10월 말 1위로 올라섰다. GS25에서는 10월 기준 감자스낵 순위에서 오리온의 포카칩과 예감을 제치고 1위, 스낵 전체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80여일만에 50억원을 넘어섰고, 18일에는 103억 원의 매출을 냈다.
그다지 큰 광고 홍보도 하지 않았던 신제품이 지난 8~9월 배우 서인국을 앞세워 대대적인 TV 광고를 벌였던 예감의 전체 제품을 통합한 것(8~10월 매출액 110억 원)과 유사한 수준의 매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예감은 오리지널과 어니언, 치즈그라탕 등으로 제품이 세분화되어 있는 데 반해 허니버터칩은 단일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통상 한 제품이 연간 300억~400억원의 매출을 내는데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사의 대표 제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젊은 층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살펴보면, 해당 제품이 놓여있던 자리만 뻥 뚫려 있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한 편의점 매장 직원은 우연히 하나 남은 제품을 발견하고 구입을 망설이던 기자에게 "돈이 있어도 먹기 어려우니 있을 때 구매하는 게 좋을 것"이라 권하기도 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허니버터칩을 편의점 판매가(1,500원)의 3배가 넘는 5,000원 대에 판매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허니버터칩이 높은 인기를 얻은 데에는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입소문의 영향이 컸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이른바 “‘단짠’(단맛과 짠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신선하다”는 후기가 올라오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10월 들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연예인들도 가세했고, 인기를 얻은 뒤에는 제품 구입 실패 경험담, ‘공장에 불이 나서 물건이 안 나온다’는 뜬소문까지 올라오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해태제과 관계자에 따르면 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허니버터칩 관련 글만 11월 초까지 2만 건이 넘는다.
롯데제과의 말랑카우 역시 입소문의 위력을 톡톡히 봤다. 말랑카우의 매출은 지난해 12월 출시 첫달 약 3억원에 불과했으나 입소문을 타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말랑카우는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우처럼 구워 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방법에 대한 글들이 게재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덕분에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까지 매출이 170억원을 넘어섰다.
CU의 PB(자체브랜드) 스낵 콘소메맛팝콘도 SNS의 입소문의 덕을 본 제품이다. 2010년 9월 첫 출시된 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 제품은 SNS를 통해 중독성이 강한 ‘악마의 스낵’으로 불리며 인기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허니버터칩과 마찬가지로 TV 광고 등을 하지 않았지만, 2012년 10월 처음으로 CU 스낵 매출 1위에 오른 후 지난해에는 새우깡을 따돌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품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표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제품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특히 말랑카우 사례처럼 모디슈머(제품을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표준방법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소비자) 등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등장하면 SNS의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제품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SNS는 정반대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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