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에 영화 ‘The Book of Life’를 봤다. 이름 있는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무섭지 않아서였는지 극장은 매우 한가했다. 할로윈을 맞았으니 다들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간 모양이었다.
이 영화는 멕시코의 ‘Día de Muertos(Day of the Dead: 죽은 자의 날)’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멕시코 사람들도 우리처럼 죽은 자의 영혼이 그 날 다시 찾아온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그날 죽은 사람의 사진과 음식을 준비하고 여러 행사로 혼을 맞이한다.
멕시코에도 우리 나라의 제삿날과 같은 것이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고 만화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영화였다. 그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네 마음 속에 언제나 살아 있는 거야."그 영화를 보고 나서 이웃 동네에서 하는 파티에 갔다. 나는 친구들과 신기하고 창의적인 옷에 홀려 음악이 흥겹게 들리는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어느 집 앞을 지나게 됐는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집은 해마다 죽은 사람의 묘석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 집 마당에는 여러 묘석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올해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암스(Robin Williams)와 조안 리버스(Joan Rivers) 등의 사진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로빈 윌리암스의 영화와 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나 로빈 윌리암스 참 좋아했는데..." 그 얘기를 듣다 문득 내가 죽으면 누가 나를 기억해 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기억해 줄까보다 어떻게 기억할까가 더 궁금했다. 나는 그 동안 어떤 사람이었는가? 다른 사람을 위한답시고 내 이익만 챙기지는 않았는가? 나보다 약한 사람을 무시하고 잘난 체하며 살지는 않았는가?
남의 고통을 즐기지는 않았는가? 누군가가 나를 마음 따뜻하고 함께 있으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었던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싶다.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딸로, 남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로, 언니 동생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친구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친구로, 학생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선생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 동안 살아 온 날들과 살아 갈 날들이 눈 앞에 영화 필름처럼 펼쳐졌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해 준 뜻깊은 밤이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