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때론 힘든일에 부딪혀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를 만큼 가슴 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보니 어느새 그 날들은 일기장에 기록으로, 그리고 내 마음에 아련한 잔영으로만 남아있다. 언젠가 자연스레 현재라는 범위를 지나갔고 과거로 묻혔다. 이렇게 시간이라는 틀안에 있는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그 어떤 대단한 일도 결국 다 바람같이 물같이 흘러간다.
영원하고 싶을 만큼 황홀한 순간이나 숨쉬기가 어려울 만큼 혐오스러운 순간이나 모두다 손바닥안에 있는 모래를 움켜지는 것 같을 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떠나간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리지만 피할수없는 이별, 함께했던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고 세상을 떠날 때의 그 충격과 아픔은 폭풍같이 휘몰아치겠지만 이 또한 그 어떤 사소한 일과 동일한 단위의 시간 안에서 지나간다는 진리가 문득, 내 시야를 좀더 넓혀준다.
이 사실이 나의 안에 잔잔한 평안을 주는 위로가 되는 한편, 고통스러운 아쉬움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안주하고 싶은 행복은 그대로 멈춰 영원히 누리길 원하지만 그런 바람은 이뤄질 수 없기에. 앞으로 어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 어떤 일도 결국 지나갈 것이라는 불변의 법칙이다. 그렇기에 근심에 빠져있지만도, 두려워하지만도 말아야겠다.
아픔으로 내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리지도 말아야겠다. 막중한 슬픔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그 슬픔은 벌써 그만큼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우리는 이제 좀더 담담해질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좀더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순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는 높이 떠서 땅을 바라보는 새와 같이 그 순간이 지나가는 걸 위에서 볼 줄 아는 시야를 기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일을 바라보며 마음을 새로이 할 수있다. 또한, 나의 주위에 그대로만 있을 수 없는 모든 사람들과 환경을 돌아보며 모든 유한한 삶들의 희소가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한정된 소중한 삶들을 아름답지 못하게 하는 감정들과 장애물들은 걷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더 가치있는 것들로 채우고 싶지 않을까. 그렇게 절대로 멈추지도, 돌아오지도 않는 순간들로 만들어진 같은 운명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아쉬워하며 서로 좀더 사랑해줄 수 있다.
====
UC 버클리 재학중. 7년전 한국에서 온 가족들과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온 1.5세로 공연학 전공, 교육학 부전공을 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