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빅아일랜드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인구 950명의 작은 마을 파호아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3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월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솟아오른 용암은 화씨 2천100℉(섭씨 1천149℃)의 화기를 품고 바다에 인접한 파호아 마을을 향해 시속 4∼9m로 천천히 흘러들었다.
용암은 이날 현재 집 한 채를 집어삼킨 채 중심도로를 불과 150m 앞두고 잠시 멈춰 있는 상태다.
하와이 카운티 당국은 용암이 마을 내부까지 접근해오자 치안 확보를 위해 주방위군 38명을 투입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주민 소개령’까지 발동할 태세다.
마을 내 학교는 모두 폐쇄됐으며, 주민 상당수는 짐을 싸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농산물 가게인 로카보레 스토어도 핼러윈 데이인 지난달 31일 결국 문을 닫았다. 가게 주인은 문 앞에 "우리는 북쪽으로 이주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영업장소와 개시일은 미정입니다"라는 게시문을 붙였다.
실제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형편상 이주하기가 어렵거나 나이 든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들은 또다시 용암이 살아 꿈틀거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예배당에서 기도를 하며 `신의 기적’을 염원하고 있을 뿐이다.
체인으로 굳게 닫힌 키오네포코 초등학교의 정문에는 하와이 수호여신인 `펠레’(Pele·화산의 여신)에 자비를 기원하는 기도문만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학생들이 써 붙인 것으로 보이는 기도문에는 "알로하, 펠레 여신님.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우리를 이곳에서 보호해주고 학교에 돌아가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이 학교 학생인 리쉘 헤스(9) 양은 지난 1일 펠레 여신의 상징색인 붉은 옷을 입고 학교 정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언제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헤스 양은 "용암의 흐름이 계속 진행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존경하는 펠레 여신은 학교를 파괴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와이 원주민인 헤스의 아버지는 1983년 킬라우에아 화산이 폭발해 파호아에서 남서쪽으로 13마일(20.9㎞) 떨어진 칼라파나 마을을 전멸시켰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앞서 그는 1960년 킬라우에아 화산이 분출해 카포호 마을을 전멸시켰을 때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하와이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1983년 이후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로 214채가 용암에 뒤덮여 파괴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칼라파나 마을의 피해였다.
주민 네일 베레즈(45) 씨는 "화산 폭발에 따른 주민들의 반응은 두 가지"라며 "한편에서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드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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