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성공적인 공약 완수를 외치며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 시킨 지 3년이 안 돼 이라크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실력을 키운 극렬 회교단체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가 지난 주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식은 죽 먹듯 꿀꺽 삼킨 것이다. 이들은 이라크 정부 관리 및 경찰, 군인 등 1,700여명을 즉결 처형하고 모술 은행 금고에 있던 수 억달러의 자금도 챙겼다. 미국이 10년 가까이 훈련시킨 이라크 군은 이들의 진격 소식을 듣자마자 총을 버리고 달아나기 바빴다 한다.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이끄는 ISIS는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릿도 접수하고 연일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마저 “민간인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과격 단체”로 규정한 바그다디의 도적떼들이 바그다드와 거기 있는 수 백 억 달러의 석유 자금까지 장악할 경우 ‘알리 바바와 바그다드의 도적떼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ISIS의 목표는 이름 그대로 이라크와 시리아에 극단주의적 회교 율법을 기간으로 하는 나라를 세우는 것이다. 이들의 세력을 방치할 경우 이라크와 시리아가 국제 테러의 본산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케리 국무장관이 얼마 전까지 핵 개발과 테러 지원으로 제재 대상국이던 이란과 이들을 막기 위한 협상을 벌이겠다고 나온 것을 보면 미국이 급하기는 급했나 보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사태의 원죄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대량살상 무기를 제거하겠다고 이라크를 쳐들어간 아들 부시에게 있다. 그는 그 후에도 이라크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군과 경찰 간부를 지낸 수 천 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뒤에 들어선 시아파 정부는 대부분 수니파였던 이들을 철저히 배격했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수니 게릴라의 일원이 됐다. 수니파 극렬 회교도가 주축인 ISIS가 이들을 적극 포섭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ISIS의 세력을 결정적으로 불려준 것은 2011년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난 시위가 발단이 된 시리아 내전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온건 민주화 세력의 지원 요청을 끝내 거부했고 그 빈 자리를 ISIS가 치고 들어갔다. 아사드가 화학 무기로 반정부 세력과 양민들을 학살했을 때도 오바마는 자기가 그은 “빨간 선”을 스스로 무시했다. 아사드 정권에 대한 분노는 ISIS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으로 이어졌고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수니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오바마는 이제야 이들에 대한 공습도 고려중이라며 대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타이밍이 늦은 느낌이다. 어렵게 철군해놓고 다시 미군을 주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까지 보여준 이라크 정부군의 무기력한 대응을 보면 공습만으로 ISIS의 진격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라크에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같은 시아파인 이란이 수니파로 이뤄진 ISIS가 이라크 전역을 장악하는 것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미국으로서는 ISIS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 적이었던 이란과 손을 잡고 역시 ISIS의 적인 아사드를 용인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까지 계속 잘못 꿰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아들 부시의 잘못된 침공과 전후 처리에다 오바마의 시리아 내전 방치와 무작정 철군으로 이라크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2조달러를 쏟아 붓고, 미군 4,500명을 죽이고, 3만2,000명을 부상당하게 한 결과가 이라크에 회교 테러 기지를 만들어 준 것이라면 너무나도 허망하다. 이라크 사태는 지도자의 잘못된 결정이 나라를 어떻게 망치는가를 보여주는 표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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