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투스는 ‘역사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의 ‘역사’(the Histories)는 서양 최초의 역사서로 단지 옛 일의 기록을 넘어 일이 일어난 원인을 탐구하고 있다. ‘history’의 원뜻이 바로 ‘탐구’이다.
이 책의 주제는 동서양의 운명을 가른 그리스와 페르샤의 한 판 전쟁이지만 그에 앞서 수많은 주변 나라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지금 작은 나라는 한 때 컸었고 지금 큰 나라는 한 때 작았었다”며 변화야말로 역사의 본질임을 가르친다. 그리고는 책머리에 리디아의 왕 크뢰수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와 인간의 흥망성쇠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를 보여주고 있다.
리디아는 강에서 사금이 나오던 나라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사상 처음 금화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 나라 왕 크뢰수스는 얼마나 돈이 많았던지 아직도 영어에 “크뢰수스 같은 부자”라는 표현이 남아 있다.
이 나라에 어느 날 ‘아테네의 현자’ 솔론이 찾아왔다. 일찍이 그의 명성을 듣고 있던 크뢰수스는 그를 궁으로 불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당시 그는 억만금의 재산에, 이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 얻은 광대한 영토에, 똑똑한 아들까지 후계자로 두고 있었다.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솔론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테네의 텔루스”가 그라는 것이다. 크뢰수스가 “텔루스가 대체 누구냐”고 묻자 솔론은 “그는 아테네의 시민으로 먹고살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었고 자식들이 모두 장성해 손자까지 봤으며 아테네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었으며 아테네 시민들이 그를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준 인물”이라고 답한다.
크뢰수스가 “그러면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솔론은 “아테네의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들”이라고 답한다. 그가 “이들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자 솔론은 “어머니가 헤라 신전에 제사를 드리러 가는데 마차가 오지 않자 말 대신 차를 끌고 가다 신전에 도착한 후 지쳐 죽은 어머니를 위한 효심이 지극한 자들”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는 “신은 인간의 번영을 질투하며 잠시 행복의 맛만 보여준 후 망하게 만들곤 한다. 죽기 전에는 누구도 행복했다 말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기가 막힌 크뢰수스는 솔론이야말로 바보라고 생각하고 돌려보낸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똑똑한 아들은 사냥을 나갔다 일행이 실수로 쏜 화살에 맞아 사망한다. 거기다 “이웃 나라를 쳐들어가면 거대한 제국이 망할 것”이란 델피의 신탁 말을 믿고 이웃 페르샤를 쳐들어간 크뢰수스는 오히려 포로로 잡히고 나라는 망한다. 신탁이 말한 ‘거대한 제국’이 바로 자기 나라였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화형에 처해지게 된 크뢰수스가 비로소 솔론의 말을 기억하고 크게 탄식하자 그를 잡은 사이러스는 이를 궁금히 여기고 까닭을 묻는다. 크뢰수스가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사이러스는 깨달은 바 있어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인간의 삶은 누구를 막론하고 불확실의 연속이다. 수학여행의 단꿈이 이처럼 엄청난 비극으로 끝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던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와 이집트는 이제 석유와 선조의 유물로 먹고사는 후진국으로 전락했고 그 뒤 바톤을 이어받은 그리스와 로마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서양 항로를 열어 세계를 호령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한물 간지 오래고 그 뒤를 이었던 프랑스와 영국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까지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로 불리던 미국마저 예전 같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부귀영화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부자만 되면 행복해지고 그 행복은 오래 갈 것이란 몽상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큰돈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다.” 할리웃의 억만장자 데이빗 게펜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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