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원래 별명은 ‘간철수’였다. 밥상을 차려놨는데 밥은 안 먹고 간만 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이제 이 별명은 적절하지 않다. 그냥 ‘철수’가 어울린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든 이후 한 것이라고는 철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그의 주가가 절정이었던 때는 2011년 9월 서울 시장 출마를 포기했을 때였다. 오세훈 시장의 중도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시장 자리를 놓고 여러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대중 지지도 1위는 안철수였다.
그러던 그가 박원순 후보와 만나 17분 만에 깨끗이 시장 자리를 포기했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 지지도는 50%, 박원순은 5%대였다. 그런 그가 박원순이 자기보다 적임자라며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물러나는 것을 본 시민들은 열광했다. 단숨에 그는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고 양보직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마저 여유 있게 따돌렸다. ‘다음 대통령은 안철수’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러나 그 후 그의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서울 시장 출마 포기 후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는 “가당치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던 그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만난 후에는 출마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때는 사람들이 별로 열광하지 않았다. 서울 시장 때처럼 압도적 우위 속에서 조건 없는 양보를 한 것이 아니고 단일화 방법을 놓고 티격태격 하다 밀릴 것 같으니까 꽁무니를 뺀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선에서 문재인 패배의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새 정치를 하겠다며 100년 갈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편에 섰던 윤여준을 새 정치 추진위 의장으로 모셔왔다. 윤여준은 안철수의 멘토를 자처하다 안철수가 “윤여준이 멘토라면 그런 멘토는 300명쯤 있다”고 한 후 그의 곁을 떠났던 인물이다.
그런 윤여준이 창당 작업을 하고 있는 사이 피투성이가 돼도 끝까지 간다던 안철수는 김한길과 몰래 만나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하고 만다. 이 소식을 뒤늦게 안 윤여준은 “이 자가 나에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겠다”고 분노한 후 결국 안철수를 떠났다. 그보다 먼저 새 정치 연합 창당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성식 공동위원장을 비롯 새 정치에 기대를 걸고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결별했다.
안철수는 민주당과 통합하며 기초 단체장 선거 공천 폐지를 명분으로 걸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별 관심도 없는 주제를 왜 새 정치의 핵심으로 걸었는지도 의문이지만 이것이 당내의 심한 반발에 부딪치자 “당원과 국민들의 뜻에 따르겠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여론 조사 설문 내용이 ‘새누리당이 공천을 하는 상황에선 공천을 안 하면 불공정한 선거가 되므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애초 방침대로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 중 어디에 공감하느냐’고 정한 것부터 여론 조사의 의도가 엿보인다. 당내 투표와 여론 조사 결과 공천 폐지 철회가 확정되면서 민주당과의 통합도, 새 정치의 명분도 사라졌다.
서울 시장 양보 후 지난 2년 여 동안 그가 보여준 것이라고는 “절대 안 한다”고 하고는 하고, “반드시 하겠다”고 하고는 안 하고,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모셔오고, 모셔온 후에는 내치고의 연속이다. 한국 정치를 새롭게 만들 아무런 아이디어도, 이를 이뤄낼 추진력도, 여러 사람을 포용할 리더십도, 약속한 것을 지키는 신의도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인간이 무슨 얼굴로 새 정치를 한다고 나대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 정치가 아무리 후진적이라 하지만 이런 사람을 새 정치를 이끌 지도자로 모실 정도로 어수룩하지는 않다. 그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분수를 알고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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