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인구 비율 당 백만장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모두 아니고 정답은 싱가포르다.
면적 700평방km으로 서울의 600평방km보다 조금 넓고 인구 500만으로 서울의 절반인 싱가포르는 국민 6명 중 한 명이 백만장자다. 여기서 말하는 백만장자 재산에는 자기 집과 사업체는 빼고 당장 쓸 수 있는 가처분 재산만 포함되니까 실제 부자 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다.
싱가포르의 IMF 산정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6만 달러로 카타르와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3위다. 한 때 같은 나라였고 다리 하나면 건너면 나오는 말레이시아의 1만2,000달러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싱가포르가 언제나 이렇게 잘 살았던 것은 아니다. 1819년 토마스 래플스가 당시 이 섬을 지배하고 있던 술탄으로부터 이곳을 영국 동인도 회사 무역항으로 개발하겠다는 조약을 맺기 전까지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극동과 유럽을 잇는 싱가포르 해협을 옆에 낀 덕에 그 후 꾸준한 성장을 해온 싱가포르가 오늘처럼 부강한 나라로 발전한 것은 거의 전적으로 리콴유의 덕이다. 1963년 싱가포르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30여 년 간 총리로 집권한 그는 마약 딜러들과 공산 게릴라가 판치던 이곳을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며 활기 넘치는 무역과 금융 중심지로 바꿔 놓았다.
그의 집권 철학은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한 질서 확립과 비즈니스 친화적인 환경 조성으로 요약된다. 싱가포르는 입국 때 작성하는 세관 신고서가 없다. 소지가 금지된 물건은 아예 가져오지 말고 가져왔으면 알아서 신고하라는 것이다.
만약 금지된 물건을 몰래 가져오다 걸리면 처벌은 어마어마하게 무겁다. 헤로인의 경우 15그램, 코케인의 경우 30그램이 넘으면 무조건 사형이다. 그 이하인 경우 마약 딜러가 아니라 개인 소비용임을 증명하면 사형은 면해주지만 감옥 생활을 오래 해야 한다.
검은 가지고 들어올 수 없으며 이를 씹다 뱉어 공공미관을 해치면 태형에 처해진다. 20년 전 미국인 마이클 페이가 깨끗한 벽에 멋도 모르고 낙서를 했다 태형에 처해져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공직자의 부패도 엄격히 처벌되지만 공무원의 보수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높다. 이곳이 공직자 부패 지수가 세계 최저인 이유다. 싱가포르의 살인 사건 발생률은 10만 명 당 0.4명으로 미국의 1/10이다.
이같은 엄격한 법 집행과 함께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세금은 낮추고 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도,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도 없고 송금도 자유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에두아르도 사베린 등 억만장자들이 돈을 싸들고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다. 싱가포르의 친 비즈니스 지수와 경제 자유 지수는 늘 홍콩과 함께 1위가 아니면 2위다. 오차드 가의 고급 쇼핑몰과 세계 최대의 리조트 호텔인 마리나 베이 샌즈, 싱가포르 강변의 화려한 식당가들은 모두 나날이 번창하는 싱가포르의 상징이다.
이처럼 좋은 투자 환경 덕에 7,000개가 넘는 미국과 일본, 일본 대기업과 1,500개의 중국 기업, 1,500개의 인도 기업이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금융 위기 때문에 GDP가 0.8% 감소했지만 2010년에는 14%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미국이 1~2%대의 미미한 성장에 허덕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설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빚은 서양에 있고 돈은 아시아에 있다”는 말과 함께 아예 싱가포르로 이사 갔다. 높은 세금과 까다로운 규제로 부자와 기업가를 쫓는 나라와 이를 반갑게 맞는 나라 둘 중 어디가 더 잘 살 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싱가포르는 말레이 말로 ‘사자의 도시’라는 뜻이다. 떠오르는 21세기 아시아의 상징인 이 도시는 번영의 비결이 무엇인지를 사자 같은 포효로 만방에 알리고 있다. 그 길을 가느냐마느냐는 각 나라 국민이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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