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문서가 있다면 그것은 ‘독립 선언서’와 ‘연방 헌법’이다. ‘독립 선언서’가 어째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며 어떤 정부가 올바른 정부인가를 천명했다면 ‘연방 헌법’은 그런 정부는 어떻게 조직돼야 하는가를 규정하고 있다.
‘독립 선언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 추구권이 이에 포함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창설되었으며 정부가 이런 목적을 파괴하려 할 때는 이를 뒤집어엎는 것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확인하고 있다.
‘연방 헌법’은 피 끓는 ‘독립 선언서’와는 다른 스타일로 쓰여 있지만 거기 담긴 정신은 대동소이하다. 그것은 정부와 권력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다. 13개주 식민지 주민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 자체가 영국 정부와 그 권력 남용에 대한 불신에 대해 비롯됐다.
연방 헌법은 정부의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 3부로 나누고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의회의 우위를 인정, 헌법의 제일 앞에 놨다. 또 사법부에 법률의 위헌 심사권을 줘 행정부를 감시하도록 했다. 그리고도 모자라 연방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권한만을 갖도록 하고 나머지는 주정부와 국민에 위임했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이 정부의 권한 중 특히 민감하게 생각한 것은 조세권이다. 이는 미국 혁명이 영국의 대표권 없는 과세에서 촉발된 것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 아니다. 연방 헌법은 연방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 과세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에 따라 1787년 연방 헌법이 탄생한지 100여년 동안 남북전쟁 같은 전시를 제외하고는 미 국민들은 연방 정부에 직접세를 내 본 적이 없다. 지금 같은 직접세 제도가 생긴 것은 1913년 이것이 가능하도록 연방 헌법을 고친 후 국세청이 탄생하고 나서부터다.
이를 적극 지지한 인물의 하나가 미 역사상 첫 교수 출신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이다. 그는 연방 정부 권력을 제한한 창업자들의 사고방식을 고리타분하게 여기고 정부 권력을 사회 개선을 위해 쓰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부자에 대한 과세를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부의 세습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창설된 국세청은 곧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다. 국세청을 정적 탄압의 도구로 이용한 인물로는 닉슨이 제일 먼저 꼽히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존 F 케네디도 비슷한 짓을 저질렀다.
역시 교수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오바마도 정부와 권력에 대해 윌슨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5일 오하이오 주립대 졸업식에서 연설을 한 오바마는 “여러분은 정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선전하는 어두운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으며 자라왔다”며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과 닷새 후 국세청이 ‘티파티’와 ‘애국’이란 단어가 이름에 들어갔거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단체’를 표적 감사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국세청은 처음 이것이 오하이오 신시내티 일부 직원들의 소행으로 치부했으나 워싱턴 본부의 수퍼바이저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국세청장은 이와 관련 의회에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주에는 지난 10일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는 오바마의 주장에도 불구,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미 수주 전 이에 관한 보고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오바마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일 대통령과 만나는 비서실장이 왜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보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독립 선언서’를 쓴 토마스 제퍼슨은 “영원한 감시야말로 자유의 대가”(Eternal vigilance is the price of liberty)라는 경구를 남겼다. 권력을 쥔 인간은 늘 이를 악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고 이에 대한 감시가 없다면 인간은 부패한다는 것이 ‘건국의 아버지’들이 후손에 남긴 유언이다. 오바마와 윌슨보다 이들이 권력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봤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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