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간 집중훈련 받은 학생들‘작업기억 용량’향상 GRE 독해력 점수 상승 이어져… 효과는 단기에 그쳐
■ UC산타바바라, 학부생들 대상 실험
성적이 나쁜 아이들은 대부분 주의력이 산만하다. 한마디로 ‘딴 생각’이 많다. 정신집중이 안 되니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물론 집중력과 성적 사이의 등식이 늘 성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틀림이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옛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신집중 훈련은 불가에서 수행의 한 방법으로 곧잘 이용된다. 벽을 향해 마주 않은 채 장기간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도 적지 않다. 말 한마디 없이 돌부처처럼 꼼짝 않고 앉아 하나의 화두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명상법이다. 일체의 잡스런 생각을 끊어내고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이른바 마음 챙김 명상, 혹은 관명상은 요가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사람의 마음은 부산하게 오락가락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머릿속의 생각은 바쁘게 돌아간다.
대부분 일관된 생각이 아니라 마음 밭을 제멋대로 들쑤시고 다니는 의식의 게릴라들이다. 헝클어진 기억의 갈피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며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잡념이나 사념은 제어하기가 힘들다. 이들을 머릿속에서 밀어내는 데에는 명상만한 것이 없다.
예로부터 마음 챙김 명상은 스트레스와 우울증뿐 아니라 만성 통증을 다스리는데 사용되어 왔다.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라면 결국 명상이란 집중력을 키우는 방법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험성적을 올리는 데에도 명상이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 나오게 된다.
주의산만과 정신집중 사이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UC 샌타바바라의 심리학과 연구원들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실험에 착수했다.
UC 샌타바라바의 조나단 슐러 교수를 도와 정신집중과 산만의 영향과 상관관계 등을 연구한 대학원생 마이클 엠라젝은 “우리는 이미 딴 생각이 작업 기억 용량이라든지 지력 등을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검사결과의 기저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작업 기억이 크면 클수록, 다시 말해 마음을 특정 정보와 그것을 활용하는데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독해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얘기다.
바꿔 말해 작업 기억의 용량을 향상시킬 경우 적어도 독해력 테스트 점수를 높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정 정보와 정보 사용에 마음을 집중하는 능력이 작업 기억 용량이라면 명상은 이를 키우는 방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연구원들은 개인의 작업 기억 용량을 어느 정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심리과학 저널에 보고서를 발표한 UC 샌타바바라 연구원들은 2주간의 집중적인 주의력 훈련 프로그램을 거친 학부생들의 경우 잡념이 줄어들면서 작업 기억 용량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들은 실험의 한 부분으로 치러진 GRE의 독해력 테스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올렸다.
실험을 위해 UC 샌타바바라의 연구원들은 48명의 학부생들을 모집했다. 학부생들에게는 인지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연구라고 말해 두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연구팀은 각 학부생의 작업 기 억용량과 주의산만의 정도를 측정했다. 학부생들은 또 대학원 입학 능력시험인 GRE의 독해력 테스트를 거쳤다.
이 과정을 거쳐 학부생들은 두 그룹으로 분류됐다. 한 쪽 그룹은 건강식과 건강한 식생활에 관한 교육을 받았고 다른 쪽은 표준적인 명상기반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해소 명상 클래스는 1주일에 한 번씩, 총 8차례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UC 샌타바바라 연구진은 매주 네 번의 모임을 갖는 2주짜리 집중훈련 방식을 택했다.
명상 클래스에서 학부생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등을 꼿꼿하게 세운 채 눈을 반쯤 내리깔고 호흡을 조절해 가며 과거의 기억을 틀어막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차단하며 오로지 주어진 ‘작업’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2주 후 학생들은 또다시 주의력 산만 정도를 측정 받은 뒤 GRE 독해력 검사를 치렀다.
두 그룹 가운데 식생활 교육을 받은 쪽은 GRE 독해력 검사 성적에 변화가 없었다. 반면 명상 훈련을 받은 학생들의 점수는 올라갔다.
예를 들어 훈련 이전에 460점이었던 이들의 평균 GRE 구두시험 스코어는 2주 뒤 520점으로 상승했다.
마음 챙김 명상이 집중력을 높여 시험 점수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어느 정도 증명이 된 셈이다.
장기적인 뇌 기능을 연구해온 매디슨 소재 위스콘신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리처드 데이빗슨은 머릿속의 소음을 줄임으로써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머릿속의 소음, 즉 쓸데없는 잡념과 현재 작업에 대한 뇌의 시그널과의 비율을 개선시켜 준다.
데이빗슨 교수는 끊임없는 정신의 방황을 줄이면 당연히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른 인지심리학 교수들은 이번 연구의 샘플이 너무 적기 때문에 다른 연구를 통해 같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버지니아대학 심리학 교수 대니얼 윌링햄은 명상이 뇌에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집중력 개선이 불러오는 긍정적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샌타바바라의 연구원들은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명상이 GRE 독해력 성적을 올리는 것처럼 SAT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평생에 걸쳐 3만4,000시간의 명상을 수행한 스님들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해 온 데이빗슨 교수는 “몸매가 망가진 사람이 2주간의 신체훈련을 할 경우 일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운동을 그만두면 그동안 거둔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운동처럼 명상 역시 꾸준히 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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