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 적에 한동안 나는 여성스러움에 격하게 반항을 하던 때가 있었다. 화장을 시작하기 전이라 여성스러움을 포기하는 게 더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긴머리에서 7인치를 확 잘라버린 후 본 거울 안에는 부스스하고 뻗친 단발머리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치마를 입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보통 우중충한 티셔츠와 스키니 진을, 위에는 회색 후드를 걸친 채 밴스 스니커즈를 신고 돌아다니곤 했었다.
예쁘게 치장하는 것도, 보통 여자아이들이 하는 걱정을 하는 것도 모두 보잘것없어 보여 청개구리처럼 그 반대행동을 즐겨 하기도 했었다. 분명 살찌는 것은 싫었지만 다른 여자아이들이 하는 평상적인 다이어트 노력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나는 다이어트 콜라 대신, 레귤러 콜라를 마시는데 자부심을 느꼈고, 커피를 시킬 때는 저지방 우유대신 홀밀크를 매번 당부하곤 했다. 살빼야 한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에 눈을 흘기며, 일부로 살찌는 음식을 시키기도 했고 배가 터지도록 먹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털털함과 자신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것을 착각한 것 같다. 여성스럽다는 것을 내 자신을 외적으로만 가꾸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까닭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고, 소량으로 자주 먹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을 나는 다이어트라며 부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때의 기준으로 보면 요즘의 나는 여성스러운 게 분명하다. 나가기 전에는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는 것은 물론이며, 그때 내가 다이어트라고 생각했던 음식 습관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화장한다는 것에 나아가 기본적인 피부관리에 더 집중한다. 세안 후에는 곧장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밖에 나가기 전에는 선크림을 바른다. 옷은 내 체형에 맞게 단점은 커버할 수 있게 고른다. 될 수 있으면 야채랑 과일을 많이 먹으려고 하고 찌개를 끓일 때는 일부러 야채를 더 많이 넣어 국물보다는 건더기가 더 많게, 삼삼하게 만든다. 그리고 엄마가 챙기기 전에 영양제를 스스로 챙겨먹는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습관들이어야 하겠지만 나는 이제야 시작하며 혼자 뿌듯해 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레귤러 콜라와 홀밀크를 선호하지만, 이제는 자제할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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