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도 있듯이 50년은 긴 세월이다.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을 이 긴 세월 동안 미국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의료비용의 증가다. 호경기가 와도 불경기가 와도, 전쟁이 나도 평화가 와도, 의료비만은 쉬지 않고 줄기차게 올랐다.
의료비용 증가의 근본 원인은 의료 기술의 발달에 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전에는 고치지 못해 일찍 죽던 사람들이 오래 살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환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이를 이용할 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전에는 돈이 없으면 중병에 걸려도 약 한 번 변변히 써보지 못하고 죽을 날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던 것이 60년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도입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자기 돈을 거의 내지 않고 병원에 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돈 없는 노인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었지만 의료 수요를 결정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됐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경제의 기본 원리다. 의료비가 오르면서 건강 보험의 성격도 달라졌다. 전에는 진료비는 자기 돈으로 내고 큰 병이 들었을 때만 보험을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의료비가 치솟으면서 거의 모든 경비를 보험으로 커버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70년대 30%에 달하던 의료비 자기 부담 비율은 이제 13%로 떨어졌다.
자기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에 따른 문제도 있다. 경제의 또 하나 기본 원리는 공짜는 반드시 낭비된다는 점이다. 환자는 병원비가 얼마 들었는지, 의사가 얼마를 청구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어차피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는 의사대로 필요가 있건 없건 가능한 한 많은 테스트와 비싼 치료법을 선택하려 한다. 그래야 매출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테스트나 치료법이 비싸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다가 잘못되면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부는 정부대로, 보험회사는 보험회사대로 과다 청구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와 규율을 쏟아내고 있어 이 지침을 따르는데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경비가 든다. 뿐만 아니라 자기 돈을 내고 병원 가는 것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드는데 병원은 이들을 사실상 무료로 고쳐줄 수밖에 없고 이 때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결국 기존 보험가입자에게 전가된다. 이런 이유로 의료비와 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 보험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년에는 더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오바마케어가 본격 시행되는 2014년 개인 건강보험료는 평균 30% 오를 전망이다. 내년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것은 오바마케어가 병력 여부에 관계없이 보험회사가 모든 사람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보험회사가 이로 인한 추가 부담을 기존 가입자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다. 4인 가구로 연 소득 9만 달러 이하인 경우는 정부 보조금이 나오고 직장보험이 있는 사람은 상관없다.
그러나 업주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직원들은 무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험료가 오르면 그 부담은 결국 업주에게 돌아간다. 업주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50인 이상 풀타임 직원을 채용할 경우 전 직원에게 의료보험을 들어줘야 한다는 규정이다.
49명까지는 괜찮지만 50명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보험 혜택을 주지 않으면 30명부터 50명까지 20명에 대해 1인당 2,000달러의 벌과금을 물어야 한다. 직원 하나 때문에 4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업주들은 어떻게 해서든 풀타임 직원 수가 50명이 넘지 않게 하려 애쓸 것이 분명하다.
지금 미국 내 풀타임 잡을 원하지만 자리가 없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 수는 800만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풀타임 잡을 구하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무보험자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오바마케어가 의료비 상승을 가속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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