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과 허리둘레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1965년도의 여성이 집안 일에 쏟는 시간은 2010년도 여 성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았고, 이들의 평균 허리둘레는‘현대 여성’에 비해 가늘었다.
비만이 미국의 사회문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비만이 당뇨병과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국민 상식’이다. 이로 인해 의료 경비가 치솟자 비만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각이 서기 시작했다. 이제 비만은 흡연과 함께 우리의 삶에서 퇴치해야 할 긴급 제거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웰빙과 건강에 관한 일반의 관심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살빼기는 일상적인 화두가 됐다.
여성들 집안일 하는 시간 50년 전보다 절반 줄어
가사활동 따른 열량 소모도 하루 132칼로리 감소
집안에서 몸 자주 움직이는 등 운동시간 늘려야
비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나이 든 대접도 해주지 않고 여성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법도 없다. 여성은 특히 체중에 민감하다. 경우에 따라선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배를 곯아가면서까지 살을 덜어내려 든다.
주부들도 비만에 적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주부들은 어머니나 할머니 세대에 비해 뚱뚱하다. 60~70년 전 흑백사진이 잡아낸 할머니의 허리는 비슷한 연배가 된 손녀의 허리보다 잘록하다.
미국인 여성의 허리둘레가 이전 세대에 비해 늘어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가사노동 감소를 꼽은 최근의 연구결과에 주부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진공청소와 세탁을 부모, 혹은 조모 세대만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주부의 허리가 굵어진다는 지적은 자칫 오해를 살만하다.
지난달 플러스원에 게재된 이 보고서는 연방 노동통계청이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노동통계청의 자료는 과거 50년간 대부분의 미국인 근로자들이 책상 앞에 앉아 근무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예전에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눈물 젖은 빵’은 ‘땀에 절은 빵’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막노동을 제외하면 일터에서 땀 흘려 가며 사정없이 몸을 부려야 하는 일자리는 거의 사라졌다.
현재 평균적인 미국인 근로자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에 비해 하루 150칼로리를 덜 소모한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의 결정적‘ 구멍’은 여성 근로자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아놀드 공중보건대학원의 리서치 펠로우 에드워드 아처는 그 구멍을 채우고 싶었다.
그는 50여년 전 여성들이 가사일로 보낸 시간과 그 이후 여성 활동패턴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를 찾는데 주력했다. 다행히도 아메리칸 헤리티지 타임 USA 스터디에서 안성맞춤의 자료를 발견했다.
1965년 이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작성해 제공한 ‘시간 사용 일지’였다. 그야말로 그의 연구목적에 제격이었다.
다양한 환경에 처한 여성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싶었던 아처는 근로여성과 전업주부에 대한 자료를 따로 분리해 추려내는 한편 추가 연구를 통해 1965년도의 조사를 2010년으로 연장했다. 동일한 방식으로 현대 여성들의 시간 사용일지를 만든 것.
그와 동료들은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여성들이 집에서 어떤 활동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각 활동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어느 정도인지를 살폈다.
이들은 또 여성들의 가정 내 활동과 여기에 연관된 에너지 소모가 5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추적했다.
분석 결과 1965년 기준으로 여성들이 청소, 요리와 세탁 등 집안일을 하며 보낸 시간은 주당 평균 25.7시간이었다. 여기에는 육아에 들어가는 시간이 제외됐다.
가사일과 관련한 이 정도의 활동량은 적지 않은 열량 소모를 요구한다. 아무래도 직장 여성이 가사에 사용하는 시간은 이보다 적었고, 전업주부의 경우는 평균치보다 많았다.
그로부터 55년 후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여성들이 집안일에 투입하는 시간은 주당 평균 13.3시간으로 줄어들었다. 50년 전의 반 토막이다. 집에 있을 때에도 컴퓨터나 TV 스크린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직 컴퓨터가 개발되기 전인 1965년, 여성들은 TV 앞에서 주당 평균 8시간을 흘려보냈다. 2010년에는 이른바‘ 스크린 타임’이 주당 평균 16.5시간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50년 사이에 청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몸을 놀리는 시간이 앉아서 보내는 시간으로 상당부분 교체됐다.
돌부처처럼 앉은 채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열량 소모도 줄어들었다.
과학자들은 2010년도의 미국인 직장 여성이 1965년도의 동년배 선배들에 비해 360칼로리의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사활동 등으로 집안일에 투입하는 열량도 하루 132칼로리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본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수백 칼로리의 차이 자체가 그리 적은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쓰지 않은 에너지가 몸속에 지방으로 계속 저장된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몸집과 체중이 불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아처 박사는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운동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토를 달았다. 가사 처리가 열량 소모에 도움이 되고 체중을 지키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강추’를 했다간 행여 미움을 받기 십상이다.
집안일을 하며 땀을 흘리는 것은 사역이고 체육관에서 트레드밀을 하는 것은 운동이라는 인식 탓이다.
하긴 요즘 집안일은 50여년 전에 비해 한결 수월해졌다. 진공청소기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이전의 육중한 쇠뭉치 진공청소기는 밀고 다니기 힘들었기에 그만큼 많은 운동량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즘 청소기는 플래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훨씬 가볍다. 별 힘 안들이고 슬슬 끌고 다니면 된다.
집안일에 보다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해서 꼭 전체적이 활동량이 늘어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2012년에 나온 TV 시청 버릇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이 집안일을 거들며 보내는 시간은 전에 비해 늘어났지만 TV 앞에서 지내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처 박사는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에는 가급적 몸을 움직여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우편함을 자주 체크하거나 부엌에서 도마질을 한다든지 애견이나 이웃집 개와 공 집어오기 놀이라도 하라는 것.
TV 앞에 앉은 배우자에게 빨래를 개키도록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안일을 시키는 것은 배우자의 건강을 염려한‘ 애정의 표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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