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 계기
▶ 미 합중국 역사로 본 취임식 기록
지난 2009년 1월20일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렸던 버락 오바마(연단 가운데)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식 장면.
미국은 역사가 짧지만 민주주의 양대 정치제도 중 하나인 대통령제를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다. 민주정치만큼은 어느 나라 못지않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그런 미국 정치에서 가장 전통이 오래된 행사 중 하나가 대통령 취임식이다. 1789년 이후 올해까지 57차례 열리며 국가적 축제로 자리매김한 대통령 취임식에는 성문화되지 않은 절차와 의례, 수세기 동안 굳어진 상징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역사가 오랜 만큼 관련 사건도 다양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오는 21일의 취임식 이모저모와 역대 취임식 관련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수정헌법서 1월20일 못박아
금년엔 일요일 겹쳐 21일로
선서문구 틀려 재선서도
한겨울 최장 연설 해리슨
취임 31일만에 폐렴 사망
-올해 취임식은 왜 1월 20일이 아닌 21일에 열리나.
▲1933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20조는 대통령 취임일을 1월20일(정오ㆍ동부시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20일은 일요일이어서 부득이하게 이튿날 취임식을 연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비공식 취임선서를 하고, 21일 공식 선서를 한 번 더 한다. 수정헌법 20조가 제정되기 전 취임식은 3월4일 열렸는데, 이는 1789년 헌법이 효력을 발휘한 시점을 기념한 것이었다.
-취임식 장소는 어디인가.
▲취임식은 전통적으로 워싱턴 DC의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다. 워싱턴이 아닌 곳에서 취임한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 사례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다. 워싱턴은 1789년 당시 수도였던 뉴욕의 페더럴 홀(현재 페더럴 홀 국립기념관)에서 취임했다. 취임식은 보통 실외에서 열리지만, 1909년 윌리엄 태프트와 1985년 로널드 레이건이 추운 날씨 탓에 의사당 실내에서 취임했다.
-취임선서 내용은 무엇인가.
▲취임식 당일 정오(동부시간) 무렵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주관하는 취임선서를 한다. 선서 문구는 헌법 2조 1항에 나와 있다. 대통령은 “나는 성실히 합중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합중국 헌법을 유지하고 보호하며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선서 문구 외에 보통 ‘신이여 나를 도우소서’(So, help me God)라는 말을 추가하는 것이 전통으로 굳어졌는데, 이는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시작했다.
-취임선서는 항상 대법원장이 주재하나.
▲헌법에 관련조항은 없지만 전통적으로 취임선서는 대법원장이 주재한다. 몇 차례 예외는 있었다. 1923년 워렌 하딩 대통령이 임기 중 급서했을 때 아버지 집에 머물던 캘빈 쿨리지 부통령이 아버지를 공증인으로 세우고 선서했다. 1963년 존 F. 케네디가 암살됐을 때 린든 존슨 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새러 휴즈 텍사스 연방판사의 주재로 취임선서를 했다.
-취임선서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어떤 것인가.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고 왼손은 성경 위에 올린 채 취임선서를 한다. 성경을 이용하는 것은 초대 취임식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지미 카터,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사용한 성경에 손을 대고 선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식에서 에이브러험 링컨이 사용한 성경을 썼고 이번에도 이 성경을 이용한다. 성경을 쓰지 않은 경우도 있다. 존 퀸시 애덤스는 성경이 아닌 헌법에 맹세해야 한다며 법전에 손을 올렸다. 존슨은 대통령 전용기 취임식에서 가톨릭 미사경본을 썼다.
-역대 취임식 사건사고는.
▲가장 자주 발생한 해프닝은 취임선서 관련 실수다. 1909년 태프트의 취임선서를 주관한 멜빈 풀러 대법원장은 틀린 선서 문구를 선창했다. 1929년 허버트 후버 취임식에서 태프트는 대법원장 자격으로 선서를 주재했는데, 20년 전 틀린 문구를 복창했던 태프트가 이번엔 문구를 잘못 선창하는 실수를 했다. 2009년 오바마 취임선서에서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문구 순서를 바꿔 말해 다음날 다시 선서를 했다. 율리시스 그랜트는 과음상태로 취임했고, 링컨과 함께 취임한 앤드루 존슨 부통령은 숙취 때문에 선서에서 횡설수설을 했다.
윌리엄 해리슨은 추운 날씨에도 외투를 입지 않은 채 두 시간 동안이나 연설했다. 역사상 가장 긴 취임연설을 한 그는 취임 31일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가장 임기가 짧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당시 87세)는 케네디 취임 축시를 낭송하며 케네디의 이름을 ‘존 핀리’로 부르는 실수를 했다.
■ 숫자로 보는 오바마 2기 취임식
21일 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식과 관련된 의미 있는 숫자들을 알아봤다.
▲2=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탄생기념일과 대통령 취임식이 겹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이 열렸던 1997년이었다.
▲3=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선서에 등장하는 성경 수. 헌법상 공식 취임일인 20일에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가족 성경이, 취임식인 21일에는 에이브러험 링컨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사용됐던 성경과 킹 목사의 여행용 성경이 각각 사용된다. 2009년 첫 번째 취임식에는 링컨 전 대통령 취임식 성경이 사용됐다.
▲4=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선서 횟수. 2009년에는 취임선서 문구의 순서가 뒤바뀌는 바람에 2차례 했으며, 올해는 헌법상 공식 취임일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취임식이 월요일에 열려 2차례 하게 된다.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취임선서를 4차례 한 것은 실제로 4선에 성공했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유일했다.
▲7=대통령 취임일(1월20일)이 일요일과 겹친 횟수.
▲약 1,500=취임식 행사에 투입될 이동식 화장실의 수.
▲1,600=오바마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인원. 의원, 각료, 주지사, 대법관, 주요 외교사절 등이다.
▲7,000=거리행진에 참가할 군인 수.
▲1만=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선서 무대 규모는 1만제곱피트로,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때와 함께 사상 최대다.
▲3만=취임식 이튿날(22일) 워싱턴 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을 이용할 항공 승객 수.
▲60만~80만=취임식 당일에 워싱턴 DC를 찾을 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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