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업계와 정계, 군부의 지도자들이 느끼는 불안 수준은 그들의 지휘와 감독, 혹은 관리를 받은 사람들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의 평정을 유지시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핵심요소로 통제감을 꼽았다.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신경 쓸 일이 많고, 그러다 보니 아랫사람보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럴 듯하다. 직장이건 군대건, 단체건 간에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사회에서‘머리’ 노릇을 하다 보면‘말단’들에 비해 스트레스 지수가 높이 올라가는 게 너무도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그게 아니다.
간섭 줄고 남을 통제하는 뿌듯함이 압박감 상쇄
평사원은 고용 불안·위로부터의 간섭에 늘 부담
타액 이용한 스트레스 호르몬 검사에서도 증명
하버드대학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업계와 정계, 군부의 지도자들이 느끼는 불안 수준은 그들의 지휘와 감독, 혹은 관리를 받은 사람들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의 평정을 유지시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핵심요소로 통제감을 꼽았다.
타인의 관리와 간섭을 받지 않고 오히려 남을 통제하는 뿌듯한 느낌, 혹은 ‘힘’이 스트레스를 막아주는 방패의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경영관리 전문 상담원들은 기업 중역들의 60%가 정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주장한다.
동기부여 전문가들은 이렇듯 정신적 부담에 시달리는 업계 지도자들에게 스트레스 푸는 법을 가르치며 쏠쏠한 수입을 올린다.
어쩌면 지도자들은 그들이 휘하 직원이나 부하들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믿고 싶은 지도 모른다. 그래야 지위가 부여하는 특전을 정당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버드대의 새로운 연구에 참여한 정계와 재계, 군부의 고위 지도자들, 혹은 정상을 향해 떠오르는 각계의 스타들은 그들과 동일한 연령과, 성 및 인종배경을 지닌 ‘별 볼일 없는’ 대칭집단에 비해 스트레스 수준이 훨씬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타액을 이용해 측정한 코티솔의 수치도 연구진이 도출한 결론에 ‘생리적 증거’를 덧붙여주었다.
체내 코티솔 수치는 만성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급등한다. 코티솔이 바로 스트레스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지도자들이 보여준 상대적 평정성은 스케줄, 거주환경, 재정 안정성에서 회사 내 업무와 개인생활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행사하는 광범위한 통제력에 그 열쇠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립과학원 회보에 게재된 연구 보고서에서 하버드 연구진은 “일반인들과 달리 지도자들은 통제감(sense of control)이라는 매우 특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도 커진다”는 사회적 통념과 배치된다.
군거생활을 하는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사회적 지위’가 복지(well-being)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하바드대의 보고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원숭이 세계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무리 가운데 왕 노릇을 하는 원숭이는 자신의 지위가 끊임없이 도전을 받지 않는 한 아랫것들에 비해 불안과 스트레스 수위가 훨씬 낮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영장류라는 개코원숭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짧은 꼬리원숭이 암컷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연구는 집단 내 ‘사회적 지위’의 부침에 따라 이들의 스트레스 수위가 함께 오르내릴 뿐 아니라 건강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의 활동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듀크대에서 스트레스와 그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니콜 라이트홀은 “통제력을 갖게 되면 스트레스를 막을 수 있는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하버드대 연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라이트홀은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직장인들은 모두 시장의 불가측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몰라 늘 긴장해야 하는 평사원들과 달리 최고 경영자들은 설사 그들이 이끄는 집단이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우월한 사회적 지위와 생활방식, 소득 등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회 지도적 인사들은 하버드대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엘리트 전문인들로 꾸려졌다. 이들은 각 분야 최고 지도자감으로 발탁돼 조련을 받고 있는 인재들이다.
하버드대 ‘디시전 사이언스 래버러토리’의 사회심리학자 개리 셔먼과 그의 동료들은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의 등록자 명부를 뒤져 군, 정부, 기업과 비영리기관에서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148명을 추려냈다.
참여자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각자가 느끼는 통제력의 정도와 개인별 심리적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작성된 설문지가 주어졌다. 이들은 또 그들의 업무 내용을 소개하고 조직 내에서 거느리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연구원들이 코티솔 수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각자 타액 샘플을 제공했다.
이들과의 비교를 위해 조직의 지휘계통에 속하지 않은 65명이 따로 ‘선발’됐다. 물론 이들도 사회 지도급 인사들과 동일한 설문지를 작성했고 타액 샘플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리더 그룹과 비(非)리더 그룹의 연령, 성별, 인종별 구성비를 동일하게 맞추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차이란 소속 집단에서의 서열이 전부였다.
조사결과 비 지도자 그룹에 비해 리더 그룹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서 통제를 받는다는 느낌과 불안성향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타액검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지도자들의 코티솔 수치는 관리를 받는 입장에 속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낮게 나왔다.
조사에 응한 75명의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관리를 해야 하는 휘하 직원들의 수가 많은 간부일수록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UC 샌프란시스코의 신경생물학 및 심리학센터 디렉터인 사무엘 바론데스는 “이번 연구는 조직 내 위계질서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스트레스가 점차 줄어드는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 압박감에 둔감한 탓에 승진을 빨리한 것인지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두 가지가 한데 혼합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으면서도 “어느 쪽이 됐건 일단 사다리의 꼭대기에 도달하면 변덕 심한 소인배 상사들에게 휘둘릴 염려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레스 수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셔먼은 “하버드의 연구는 권력의 행사에 관한 한 인간과 그들의 영장류 친척들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사회의 위계질서가 비인간 영장류에서 목격되는 질서에 비해 훨씬 복잡하긴 해도 일부 동일한 요인들이 작용한다”며 “서열이 존재하는 집단에서는 동물이건 사람이건 사다리의 위쪽에 위치할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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