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여정에는 기억이라 이름지어진 길 하나가 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험난한 길이 있는가 하면, 평탄한 길도 있다.
각자가 지나온 인생의 길에는 느낌이 담겨 있다. 그 느낌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주관적이기도 하고 객관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진다. 남이 보기에는 행복한데, 본인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정작 본인은 행복한데, 남들은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뒤돌아 보는 그 여로에는 이곳 저곳에 망각이라는 늪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과거라고 이름 지어진 그 길은 한 줄로 연결이 되지 않고 여러 곳이 끊겨있다. 그러므로 지난 일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망각은 더욱 위세를 떨친다. 기억을 하나씩 갉아먹는다. 부분적인 것은 물론이고 어떤 일은 통채로 생각에서 지워진다. 때로는 어떤 기간 동안의 일이 모두 지워지는 일도 벌어진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함께 겪은 같은 사건을 가지고 여러가지 각도에서 바라보고 묘사되는 일도 일어난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왜곡되고 뒤틀리는 일도 일어난다. 그것이 쌓이고 쌓인 것이 역사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므로 역사에는 진실도 있고, 사실과 다른 것이 기록되기도 한다. 그 역사의 현장이 사라지기 전에, 아직 기억이 생생할 때에 기록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시의 일을 기록한 조선 왕조 시대의 실록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은 각자의 기억이다. 우리는 그 기억을 돌아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기억은 영원히 살아서 인생의 아름다운 동반자가 된다. 때에 따라서는 슬펐던 기억이 아름답게 변모되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그래서 즐거운 기억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인생은 풍요롭다.
그러나, 지난 날에 슬픔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불행을 승화해서 뜻있는 인생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본받을 만큼 훌륭하기도 하다. 평탄하고 행복한 사람이 세운 업적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 결국에는 미담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하여 모든 과거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우리는 말한다. 다시 돌아올 수도 없지만, 흐르는 속도가 만만치 않아서, 지난 날을 되돌아 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해 진다.
감회가 어린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나의 여로에 지금 노을이 비치고 있다. 그 노을 빛이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여로이며, 내가 함께 동행했던 사람들의 길인 것이다. 그 길을 동행했던 사람들의 느낌이 나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와 같이 나의 길을 걸어갔던 동행자들이 우리들의 여정에 대하여 똑같은 평가를 내리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아름다웠다고 함께 회상하는 삶이라면, 그것으로 족한 여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노을빛이 드리우는 2012 년이, 이제 태어나는 아이에게는 새로 열리는 해가 될 것이다. 그 길이 모험과 기대가 열리는 희망의 길이 되기를 …. 우리의 시대를 이어가는 그 길위에 내가 만든 기억의 꽃들을 흘리며 간다.
사랑과 미움도, 허무한 마음과 아늑한 마음도 함께 떨어뜨리며,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의 항로가 강물처럼 흐른다. 오늘이 내일의 기억이 되어, 하염없이 흐른다. 앞을 향하여 쉬지않고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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